집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하면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2015년 1월부터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활성화 정책을 마련하고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뉴스테이 세입자는 의무 임대기간인 최소 8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 상승률도 연 5%로 제한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살고 있는 회사원 이태석(29) 씨는 지난해 9월 5.5 :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인천 도화지구 뉴스테이 입주자로 당첨됐다. 이 씨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나 빌라의 전·월세보다는 새 아파트인 뉴스테이에 들어가는 게 더 메리트가 있는 것 같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례지구 10 : 1 높은 경쟁률 기록
당초 목표 초과한 1만4000가구 공급키로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은 각종 규제로 품질이 떨어져 중산층이 거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뉴스테이는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고자 정책 틀을 '규제'에서 '지원' 중심으로 바꾸고 이미지와 서비스 고급화에 나섰다.
이 씨는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보니 평면구조나 인테리어가 세련되고 만족스러웠다"며 "'e-편한 세상'이라는 1군 브랜드의 새 아파트를 경험해보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비단 이 씨 뿐이 아니다. 뉴스테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뜨겁다. 도입 첫해 당초 목표(1만 가구)를 초과한 1만4000가구를 공급했고, 이 가운데 6000가구는 인천 도화, 수원 권선, 화성 동탄, 위례지구에 입주자를 모집했다. 특히 인천 도화지구와 위례지구는 각각 5일과 4일 만에 100% 계약이 완료되는 등 국민의 관심이 높았다. 청약 경쟁률은 도화지구 5.5 : 1, 위례지구 10 : 1을 기록했다.
"도화지구의 뉴스테이 25평형 월세가 40만 원 선에 형성돼 있어요. 같은 지역의 5~10년 된 아파트 월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죠. 저렴한 가격으로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게 뉴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 같아요. 한번 입주하면 8년 동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 이태석 씨는 지난해 9월 5.5 : 1의 경쟁률을 뚫고 인천 도화지구 뉴스테이 입주자로 선정됐다.
뉴스테이의 인기는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도권과 4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30~50대 약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월세 거주자의 64%가 입주를 희망했으며, 8년까지 장기 거주가 가능한 점(35.9%)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업계의 참여도도 높다. LH 부지 1~4차 공모 결과 185개 업체가 참가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기업체의 뉴스테이 상담도 2015년 4월 212건에서 같은 해 12월 55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은 시행 초기부터 관심을 끌었다. 인천 도화지구에서 열린 뉴스테이 1호 착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국민적 관심과 인지도를 높였다.
그 결과 뉴스테이는 주거문화를 혁신하는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실제로 임대차계약 중 월세 비중은 2014년 41%에서 2015년 44.2%, 2016년 3월에는 46.6%(서울 50.1%)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산층 주거문화 혁신
양질의 '소프트웨어'로 만족도 높여
'소프트웨어' 강화로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킨 것도 뉴스테이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입주자 모집을 한 4개 사업장은 특징적인 주거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테면 수원 권선 뉴스테이(한화건설)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해 전기료를 절약하고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시간제 아동 돌보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씨는 "(도화 뉴스테이는) 아직 주변 상권이 활발하진 않지만 역세권에 위치하고, 단지 안에 작은 도서관과 클린 서비스 등 주민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입주자 모집을 할 LH 공모형 뉴스테이 2차 사업과 3차 사업도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화성 동탄2 뉴스테이(롯데건설)는 생활가전 렌털, 카셰어링, 입주자 멤버십 카드 등을, 충북혁신 뉴스테이(우미건설)는 영어마을, 게스트하우스, 피트니스센터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총 4곳의 뉴스테이 입주자 모집이 성공적으로 끝난 데 이어, 올해도 약 7곳의 뉴스테이 사업지구에서 입주자 모집이 예정돼 있다. 5월께 화성 동탄2지구(612가구, 롯데건설), 화성 반월지구(1185가구, 롯데건설)에서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다. 7월에는 수원 호매실지구(800가구, 현대건설), 10월에는 충북 혁신지구(1345가구, 우미건설), 11월에는 정비사업인 인천 청천2지구(3437가구, 한국토지신탁) 등이 대기 중이다.
뉴스테이 공급이 확대되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입주자 편의 및 임대사업자의 수익 창출 면에서 임대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돼 주택임대관리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향후 뉴스테이가 정착되면 주거 서비스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역 내 소규모 인테리어, 이사업체 등에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행복주택은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젊은 층을 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공급물량 중 80% 이상을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젊은 계층에 우선 공급한다. (고령자 10%, 주거급여수급자 10%) 과거 도시 외곽이나 그린벨트에 지어졌던 공공주택과 달리, 행복주택은 직장인이 많은 젊은 층을 배려해 도시 내부에 지어져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국공립어린이집, 육아나눔터, 작은도서관 등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주민편의시설도 제공한다. 2015년 10월부터 시작된 서울 4곳(847가구)의 행복주택 첫 입주는 청약 경쟁률이 10 : 1에 달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전국에 행복주택 15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글 · 김가영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