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계절이 돌아왔다. 모기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에게만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식물 또한 사람으로 치면 피와도 같은 수액을 빨리는 등 적잖은 해를 입는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모기와의 싸움에서는 식물이 더 진화한 생명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모기를 물리치는 흔한 방식은 스프레이 형태의 약품을 뿌리는 것이다. 물론 모기향을 피워 내쫓을 수도 있다. 캠핑이나 등산, 농사 등 야외 활동을 할 때는 피부에 퇴치제를 뿌려 모기의 접근을 막을 수도 있다.
한데 식물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모기와 싸움을 벌인다. 일종의 모기 퇴치 화학물질을 스스로 만들어냄으로써 모기에 대항하는 것이다. 식물은 태초에 성장과 번식을 위해 광합성이라는 물질대사 방식을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발전시켰다. 반면 갖은 해충의 공격에 대한 대비는 취약했다. 하지만 뒤늦게 출현한 이런저런 해충들의 집요한 공세는 광합성만으로는 생존과 번식을 보장할 수 없는 처지로 식물들을 내몰았다.
식물은 모기를 비롯한 각종 해충에 대한 방어 혹은 대항 수단을 발전시켜야 하는 진화상의 압박을 받게 됐다. 잘 대응하면 번성할 것이고, 제대로 해충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절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식물이 ‘살아남기 위해’, 그것도 효율적으로 해충에 대응하기 위해 택한 방식은 모기를 쫓아내는 물질을 생성하는 것이었다. 광합성 대사의 부산물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대사 시스템을 만들어 모기를 물리칠 수 있는 천연물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기를 잘 쫓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제라늄, 개박하, 로즈메리, 페퍼민트, 바질 등은 모기가 유달리 싫어하는 강력한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대표적인 식물이다. 이들 식물 가운데는 모기는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독성’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다.
식물이 천연 모기 퇴치제를분비한다는 사실은 옛사람들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한예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목걸이로 만들어 널리 사용했던‘진들피(Sweetgrass)’ 계통의 풀은 쿠마린(Coumarin)과파이톨(Phytol)이라는 식물성 오일을 분비하는데, 이들의 모기 퇴치 효능은 인공 곤충기피제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DEET와 비슷한 것으로 실험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지카바이러스 등 최근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환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면서 모기 퇴치 효능이 있는 식물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식물이 분비하는 모기 퇴치 물질은 보통은 모기향이나 스프레이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보다 자연 친화적이어서 방이나 거실에 이들 모기 퇴치 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식물에 의해 생산되는 천연 모기 퇴치 물질이 모두 인체에 위해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예들 들면 박하의 일종인 페니로열(Pennyroyal)에서 나오는 식물성 오일을 사람이 먹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만일 강한 모기 퇴치 효능을 보이는 식물을 실내에서 기른다면 애완견이 핥거나 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물이 해충 퇴치를 위해 생산하는 물질은 다른 해충보다는 모기를 타깃으로 하는 것들이 다수다. 그만큼 식물도 모기에게 수액을 빨리는 것이 성장이나생존 번식에 큰 해가 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모기 때문에 많이 ‘아파야 했던’ 식물의 대응방식이 인간보다 그만큼 더 ‘성숙’했다고 할 수도 있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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