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본격적인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오는 7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가 그것이다. 이번에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는 국제경제 및 금융 분야의 주요 의제를 다루는 국제경제협력의 최고위 협의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통해 새 정부의 외교정책을 세계에 알리고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외교적 기회를 갖는다.
2008년 시작해 올해로 열두 번째인 G20 정상회의는 의장국인 독일 주도하에 ‘상호 연결된 세계의 형성(Shaping an interconnected world)’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세계경제의 회복력 강화 ▲경제의 지속 가능성 향상 ▲국제사회의 책임성 확대 등의 의제에 대해 집중 논의한다.
▶ 7월 7일~8일 양일 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두 번째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사진은 준비가 한창인 회담장 함부르크 페어홀에 G20 함부르크 로고가 걸려 있는 모습. ⓒ연합
새 정부 외교정책 알릴 중요한 기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 의제인 ‘세계경제의 회복력 강화(Building resilience)’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침체에 빠졌던 세계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경기 회복세가 불균형적으로 나타나는 등 불안정 요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계경제의 복원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주로 논의한다. 자본 이동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 요소로부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안정망 구축 방안과 최근 하락 추세인 글로벌 무역 및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핵심 사항이다. 아울러 국가 간 조세체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향상해 조세 회피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민간부문의 고용 창출 및 디지털 기술의 확대에 따른 고용 축소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한다.
두 번째 의제인 ‘경제의 지속 가능성 향상(Improving sustainability)’은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대 문제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기술개발, 투자확대 및 인프라 구축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또한 작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2030 지속가능개발 어젠다(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도 모색한다. 미래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서 디지털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혁신, 국제표준 설정, 개인 사생활 보호 및 정보 자유화, 정보통신 보안 강화 방안 등도 논의한다. 그 밖에도 국제사회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는 전염병 확산 등에 따른 국제적 보건 안보체계의 강화, 남녀 간 고용격차를 줄이는 방안 등도 논의 대상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로 삼고 G20 차원의 강력한 공동합의를 도출하려는 입장이지만, 얼마 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어떤 수준의 합의가 도출될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마지막 의제인 ‘국제사회의 책임성 강화(Assuming responsibility)’는 국제사회의 평화, 안보 및 사회경제 발전 분야의 주요 이슈인 난민 문제, 아프리카 사회경제 발전을 위한 협력, 테러리즘 척결을 위한 자금세탁 방지, 부패 방지를 위한 국제협력, 식량 안보 등의 문제를 다룬다. 아프리카 및 시리아 내전 등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국제 난민 및 이주민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 만성적인 가난과 저개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한 사회경제적 개발을 위한 국제 파트너십 구축 방안 등이 국제사회의 책임성 강화 관련 주요 현안이다. 국제 테러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자금세탁 및 불법 금융자금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G20 차원의 협력 방안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G20은 2008년 처음 출범했을 때부터 우리나라가 정식 회원국으로 참여한 글로벌 차원의 정상 포럼이다. 서구 선진국만 참여하는 G7과 달리 G20은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도 참여하는 최초의 글로벌 협의체다. G20 정상회의에는 EU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 20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UN·IMF·WTO 등 주요 국제기구도 참여한다. G20 참가국의 총인구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이고, 참여 국가의 GDP는 세계 전체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국제경제의 최상위 경제협력 포럼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에서도 드러나듯 G20은 국제경제의 주요 경제 및 금융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국제난민, 테러리즘 등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를 다룬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의 전 세계적 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G20은 초기에는 주로 글로벌 경제안정에 대한 권고안 정도를 채택하는 임시 회의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상회의로 격상되면서 재정정책 공조부터 금융규제 문제까지 정치적 구속력을 지닌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구로 진화했다. 세계경제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적 정상 포럼으로서의 역할도 해왔다.
이번 G20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나라는 G20 주요 의제에 대해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국제적으로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는 정책 추진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다자 경제협력에 적극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통상국가로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자유무역 질서의 유지·강화에 능동적으로 동참하고, 우리가 선도적으로 추진해온 기후변화 대응 방안 마련에도 앞장서야 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 사회통합, 친환경 에너지 산업 육성, 여성 역량 강화 등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경제정책 분야를 세계 정상들에게 자세히 소개하고 주요국과의 적극적인 국제협력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문 대통령과 독일·프랑스·중국·러시아·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의 양자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여는 만큼 우리가 당면한 최대 안보 위협인 북핵 문제의 해법 마련을 위해 주요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통상, 문화교류 등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G20 회의 직전인 7월 5~6일 베를린에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한독 정상회담을 갖는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개최되는 한독 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양국 우호관계 발전, 북핵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 자유무역체제 지지,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 해결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은 유럽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와 유대 및 신뢰를 공고히 하고 한독관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 만난다. 이를 바탕으로 주요국 정상들과 개인적 친분을 다질 뿐만 아니라 향후 양국 간 두터운 우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G20은 우리나라 경제외교 및 다자외교 분야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틀로 기능해왔다. 이러한 점에서 문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은 우리의 다자외교를 활성화하고 그 지평을 넓히는 데 매우 중요한 외교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원기 |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