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거머쥐며 종합 순위 7위로 대회를 마쳤다. 금메달 수로만 따지면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과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보다 1개 부족하지만 종목 다변화에 힘입어 다양한 메달을 수집, 내실 면에서는 최고 성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한국 동계올림픽 메달 중 대다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서 나왔지만 평창올림픽에서는 썰매, 스키, 컬링 등에서도 첫 메달이 등장했다. 덕분에 이번 결과는 향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나라 스포츠의 경쟁력을 확인시켰다.
▶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낸 선수로 호명된 선수들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
성공적인 대회운영
“문제가 없는 게 문제”
깜짝 메달의 시작은 썰매였다. 대회 전부터 스켈레톤 우승 후보로 거론됐던 윤성빈은 흠잡을 데 없는 경기 운영으로 썰매 종목의 아시아 최초 금메달을 따냈다. 원윤종과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으로 구성된 봅슬레이 4인승 팀도 공동 은메달을 획득하며 기쁨을 안겼다. 일명 ‘배추 보이’ 이상호는 스노보드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 스키 58년 만에 첫 메달 주인공이 됐다.
비인기 종목 가운데 최고의 화제 종목은 단연 컬링이었다. 컬링은 대회 전까지만 해도 메달 가능성이 크지 않은 종목으로 평가됐으나, 사상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우리 팀은 ‘갈릭걸스’, ‘팀 킴’ 등의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부 외신에서는 평창올림픽 결산 기사에서 한국 여자 컬링 팀을 언급하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팀이 결승전에 진출해 스웨덴 팀과 맞붙은 것은 그 자체로서 빙판 위의 기적”이라며 “한국인들에게 여자 컬링 결승전은 국가적 자부심이 됐다”고 전했다.
여전한 효자 종목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평창올림픽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일부 쇼트트랙 경기 과정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며 메달을 놓치는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지만 대표팀이 목표로 밝혔던 금메달 3개는 온전히 달성했다. 스피드스케이팅도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수확하면서 선전했다. 특히 이승훈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정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초대 남자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평창올림픽은 흥행 면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입장권 총 판매 수는 107만 8562장으로, 판매 목표 106만 8630장 대비 100.9%를 기록했다. 입장권 판매 수익은 1573억 원 정도. 이 중 국내 판매 수익이 약 1083억 원으로 집계됐다. 개회식의 경우는 판매 목표 2만 2536장이 전부 판매됐다. 관람객 수는 설 연휴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개막 이후 일 평균 5만~6만 명이었던 관람객 수는 설 연휴와 함께 10만 명 수준으로 늘었고 총 관람객 수는 141만 1000명으로 나타났다.
평창올림픽의 인기는 굿즈(기념품) 판매에서도 입증됐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제품 상당수가 품절 사태를 겪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메달을 딴 선수들이 간이시상식 때 시상품으로 받은 ‘어사화 수호랑 인형’과 흡사한 ‘장원급제 수호랑’이 큰 인기를 끌었다.
ICT올림픽
세계 최초 5G 시연
평창올림픽에서 더욱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 경쟁력의 다양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시범망을 이용한 ‘평화의 비둘기’ 퍼포먼스, 증강현실(AR) 기술로 하늘에 수놓은 ‘천상열차분여지도’ 별자리 등 개·폐회식은 국내 첨단기술의 집성체였다. ICT 기술은 경기 관람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5G 시범망은 옴니뷰, 타임 슬라이스와 같이 관람객들이 경기를 능동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실시간 주차정보, 관광지 안내 서비스 등 또한 관람객의 편의를 높였다. UHD 기반 지상파 생중계는 개회식의 생생한 분위기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해외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미국 CNN은 “평창올림픽은 5G 기술에 힘입어 사상 최대 하이테크 올림픽”이라고 평가했고, 차기 올림픽 개최국은 관련 첨단시스템 벤치마킹을 모색했다. 중국 기상과학연 대표단은 2월 9일 방한해 ‘평창 기상서비스센터’의 강설관리·기상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견학했으며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의 셀프 체크인, 자동 수하물 수탁 시스템 등을 시찰할 예정이다.
경제올림픽
GDP 0.2%p 상승
경제적 올림픽으로서의 가치도 빛을 발했다. 청와대가 발표한 결산 자료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은 1조 4000억 원의 소비지출 증가를 통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p 정도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와 고용, 투자 등 직접 효과는 물론 관광산업 활성화와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간접 효과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선 평창 및 강원 지역의 관광인지도 증가에 따라 겨울 스포츠를 중심으로 항구적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된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경우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 개최 이후 해당 지역 관광객이 2017년 연간 약 35만 명 수준으로 증가해 1993년과 비교하면 약 2.3배 늘었다.
관련 산업 진흥 효과도 기대를 모은다.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 스포츠와 이를 활용한 겨울 축제 등이 확대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2002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이후 지역 내 스포츠의학 및 트레이닝 특화 병원을 육성하는 등 스포츠 산업과 연계해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실현하고 있다.
문화올림픽
개·폐회식 ‘한국의 미’ 극찬
날마다 문화가 녹아 있는 축제가 열리는 문화올림픽을 구현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와 강릉 올림픽파크를 중심으로 한국 전통문화에서 첨단기술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개회식 공연에서 보여준 ‘한국의 미’는 큰 호평을 받았다. 무용수들의 장구 군무로 연출한 태극문양, 고구려 동굴벽화 ‘사신도’에서 뛰쳐나온 백호, 고구려 고분벽화 전설 속 동물 인면조, 오행사상과 오륜을 상징하는 다섯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데일리 비스트>는 “개회식은 유치하기 마련이지만, 평창올림픽 개회식은 너무 많은 눈부신 시각적 볼거리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안전올림픽, 평화올림픽으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크게 거론될 만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외신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USA투데이는 ‘놀랍도록 안전한 올림픽’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캐나다 매체 <더 스타>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브루스 아서는 “문제가 없는 게 문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