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건강관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마철에는 습한 환경 탓에 유해한 세균이 증식하기 쉬워 식중독이나 안질환 등 각종 전염병에 노출될 뿐 아니라, 피부병이나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이 발병하거나 악화되기 쉽다.
눈병•식중독 예방 위해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장마철에 조심해야 하는 질환으로 먼저 식중독이나 장염 같은 ‘식품 매개 감염병’과 장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등 수인성 전염병(병원성 미생물에 오염된 물에 의해 발생)을 들 수 있다. 모두 복통과 구토, 설사 등 소화기 이상이 증상으로 나타나고, 심하면 두통, 고열, 오한 등의 전신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급성으로 전신 발열이 일어나면 장티푸스를, 변에 혈액이나 고름이 섞여 나오면 세균성이질과 장출혈성대장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생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모든 음식은 반드시 끓이거나 익혀 먹어야 하며, 채소류 등은 깨끗한 물에 씻어서 먹어야 한다. 행주, 도마, 식기 등은 끓는 물이나 가정용 소독제로 살균하고, 식품별로 구분해 사용하며, 사용 후 깨끗이 씻고 잘 말려서 사용해야 한다. 모든 질환은 손을 매개로 전염되므로 요리하기 전이나 식사하기 전 철저히 손을 씻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민영 원장은 “음식을 조리한 후 오래 보관해서는 안 되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이라도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또한 눈은 예민하고 감염에 취약해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위다. 특히 장마철에는 유행성결막염이나 급성출혈성결막염(아폴로눈병) 등의 안질환이 유행한다. 우선 가렵고 눈물이 많이 나며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면 급성출혈성결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2주까지 전염력이 유지돼 가족 등 주변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 눈곱이 많이 끼고 눈이 충혈되며, 밝은 빛에 노출됐을 때 눈이 쑤신다면 유행성결막염일 개연성이 높다.
안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단 손을 자주 씻고 되도록 손으로 눈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장마기간 동안 안경을 쓰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안질환이 발병했다면 즉시 안과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 원장은 “전염성 안질환에 걸렸다면 수건 등 위생용품을 가족과 따로 사용하고, 다수의 사람이 모인 곳에는 가지 않도록 해 전염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장마철에는 습도가 80%까지 올라가 곰팡이나 세균이 자라기 쉽다.
장마철 피부, 씻고 잘 말리는 것이 중요
장마철에는 피부 관련 질환도 많아진다. 장마기간에는 덥고 습도가 높아 땀 분비와 피지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피부에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이렇게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 번식도 쉽기 때문에 무좀이나 어루러기, 완선 등이 피부에 쉽게 생긴다. 이뿐 아니다. 피부병에 걸리면 가려워서 손톱으로 긁게 되고 이 때문에 상처를 통한 2차 감염도 생긴다.
세균으로 인한 피부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운동이나 외출 후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특히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피부가 접히거나 마찰되는 곳은 완전히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아토피피부염 또한 악화될 수 있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에 쉽게 감염되기 때문. 장마철에도 정기적으로 샤워를 하고 보습제를 발라줘야 한다. 단, 샤워는 하루에 한 번만 하며, 목욕 후 몇 분 이내에 보습제를 발라 습도를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무좀이 있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하루 두세 번 양말을 갈아 신는 것이 좋으며,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는 발을 깨끗이 씻고 완전히 건조시킨다. 신발은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고 레인부츠는 되도록 신지 않는 게 좋다.
모기 물린 자리는 손톱으로 긁지 말아야 한다. 손에 있는 세균 때문에 농가진(소아나 영유아의 피부에 잘 발생하는 화농성 피부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 또 모기를 매개로 한 말라리아와 일본뇌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충기피제를 뿌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집 주변에 고인 물이 없도록 해 모기의 발생을 억제하고, 모기의 활동이 왕성한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모기에 물린 뒤 발열, 설사가 있거나 피부가 붓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를 받도록 한다.
장마철 우울증, 상황에 맞는 운동으로 극복
장마철에 반갑지 않은 손님에는 ‘장마철 우울증’도 있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많은 장마철에는 빛의 양이 적기 때문. 김 원장은 “우리 뇌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밤과 낮을 구분하며, 빛의 양이 적은 밤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빛의 양이 적은 장마철에는 낮에도 멜라토닌 분비가 높아지게 된다”면서 “호르몬 분비로 신체 리듬이 깨져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우울한 기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마철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낮에 활발한 활동을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 동안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 밤과 낮에 효과적인 운동은 따로 있다. 낮에는 심혈관계에 좋은 유산소나 근력운동이 좋으며, 잠들기 전에는 숙면을 돕는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것이 좋다.
또한 날이 궂을 때마다 더 악화되는 퇴행성관절염은 장마철에는 절정에 다다른다. 김 원장은 “날씨가 흐리면 기압이 낮아지는데 상대적으로 관절에는 압력이 올라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관절 안 활막액 신경이 자극을 받아 평소보다 통증을 더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근육은 더 긴장하고 통증도 심해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산책 같은 가벼운 운동으로 관절을 풀어주고 스트레칭을 자주 하면 좋다. 또한 오일이나 로션 등을 이용해 부드럽게 근육과 관절 주변을 마사지해주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세균과 곰팡이 막기 위해 실내 제습 신경 써야
장마철에는 실내 습도 조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적정 실내 습도는 40~50%지만 장마철에는 습도가 80% 이상까지 올라간다.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나 세균이 자라기 쉬운데 곰팡이는 코 막힘, 눈 가려움, 호흡 곤란, 피부 자극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먼저, 선풍기나 에어컨 등 냉방제품을 사용하면 쉽게 습도를 낮출 수 있다. 선풍기는 통풍 효과가 있어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며, 에어컨은 방 안에 더운 실내 공기를 흡입하면서 수증기를 응결해 수분을 제거한다. 난방도 제습 효과가 있다. 외출 시 두세 시간 난방을 해주면 습기 조절에 도움이 된다.
장마철 필수품인 제습기는 이동이 가능해 거실이나 침실, 드레스룸 등의 공간에서 사용하기 좋은데,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단, 제습하는 동안 열을 방출하므로 여름철 사람이 있는 실내에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급격한 습도 변화로 사람의 눈과 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시판 제습제 못지않은 천연 제습제
신문지 : 빨래 건조대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두면 신문지가 습기를 흡수해 빨래를 효과적으로 말릴 수 있다. 또 신문지를 옷장 서랍마다 깔아두면 습기 제거는 물론 방충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소금 : 굵은 소금을 그릇에 담거나 얇은 종이에 싸서 싱크대 주변이나 빨래 건조대 아래에 두면 습기를 흡수한다.
방습제 : 과자나 김 봉지 안에 들어 있는 방습제도 요긴하다. 신발장에 놓아두거나 축축한 운동화나 구두 안에 넣어두면 습기를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숯 : 미세한 구멍이 공기 중의 습기를 흡수한다. 옷장과 옷 사이에 숯을 넣어두면 습기와 곰팡이를 동시에 방지하고 탈취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향초(양초) : 양초나 향초를 켜두면 습기 제거뿐 아니라 꿉꿉한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때 아로마 효과가 있는 향초를 사용하면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글 · 두경아 (위클리 공감 객원기자)
도움말 · 김민영(가정의학과 전문의·청담힐의원 원장)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