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주거 취약계층인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 방안이 대폭 강화됐다. 정부는 자산을 형성하기 힘든 조건에 놓인 청년층을 다각도로 지원해 청년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
▶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한국장학재단 대학생연합생활관’.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대학 내외 기숙사 수를 늘려 대학생 입주인원을 5만 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합
우리나라 청년 절반 이상이 월세 형태로 살고 있다. 2016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19~39세 청년 임차가구 중 월세 비중이 6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국토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도 청년층이 전체 평균(5.4%)을 웃도는 수준이다. 저소득은 전체 청년층의 25.5%를 차지하고 그중 월세 형태로 살고 있는 사람이 66.9%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아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는 10.1%로 매우 높다.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률을 나타내는 RIR도 19.5%로 평균(18.1%) 이상이다. 여러 수치상 자료를 볼 때 청년층은 경제적으로도 자산 형성이 어려운 사람이 대다수고, 주거환경 역시 다른 연령에 비해 열악하다.
이에 정부는 청년층이 처한 주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금융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청년층에게 필요한 맞춤형 임대주택을 30만 실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적임대주택 25만 실과 대학생 기숙사도 포함됐다. 공적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요건도 현재에 비해 완화된다.
앞으로 행복주택 7만 호, 매입·전세임대 6만 호 총 13만 호를 청년 수요자에게 공급한다. 행복주택은 서울시 오류1동 주민센터, 천호동 종합사회복지관 등 노후 청사를 활용해 도심에 필요한 청년 주거주택의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다.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로 한정된 청약자격도 소득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만 19~39세 이하 청년 모두에게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역 제한 조건도 학교·직장 소재지 및 인접지역에서 학교·직장·거주지 소재 광역권으로 확대된다.
행복주택 청약 신청자 중 본인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80% 이하인 사람, 본인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부모 소득이 평균소득 이하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임대료는 시세의 70% 수준으로 책정하고 소득 유무에 따라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매입·전세임대 주택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 가구의 대학생·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공급한다. 그중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가정의 구성원인 청년은 1순위, 부모 소득이 평균소득 50% 이하인 청년은 2순위, 그 외는 3순위로 선정한다. 또한 청년이 전세임대주택을 쉽게 확보하도록 지원 단가를 63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이고 전세계약 1:1 지원, 잔금 지급시기 단축 등 계약절차도 개선한다.
청년 맞춤형 주택, 금융, 정보 등 다각도로 지원
공공임대주택은 셰어형, 일자리 연계형 등 다양한 방식의 주택을 청년에게 제공한다. 셰어하우스는 여러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을 제외한 거실, 주방 등을 공유하는 주거형태다. 독서실, 게스트룸, 식당 등 주거공간을 공유해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 향후 LH가 고시원 등을 매입해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해 약 5만 실을 청년에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창업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창업지원시설, 예술인 작업공간과 주거를 결합한 소호형 주거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그 외에 지방 산업단지에 취업한 청년에게 공급하는 산단형 주택, 안전특화시설을 보강한 여성안심주택 등 청년층 수요에 맞는 공공주택을 대거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공지원주택은 기업형 임대주택에 공공성을 강화해 12만 실을 신혼부부를 포함한 청년층에 특별 공급한다. 만 19~39세 이하 도시근로자 중 평균소득이 120% 이하인 청년에게 시세의 70~85%의 임대료로 저렴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 신촌지구, 대전 문화지구, 울산 학성지구 등 교통이 편리한 곳, 대학, R&D·산업단지 인근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을 위주로 4564실을 공급할 예정이다.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건축규제를 완화해 캠퍼스 내외 기숙사 입주 인원도 5만 명으로 확대한다. 주택기금 대출금리를 현행 2%에서 1.5%로 내리고,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교 내 기숙사도 학교 외 기숙사와 같이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올린다. 공공기숙사의 저소득·장애학생의 최소 배정 비율을 15%에서 30%로 대폭 늘리고, 기숙사비 감면 비율도 30%에서 50%로 높인다. 정부는 기숙사 건립 문제로 대학가 주변 임대사업자와 빚어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등 지역 주민과도 상생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나갈 계획이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도 신설됐다. 청년 시절부터 내 집이나 전셋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신설한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만 29세 이하 청년 중 총급여 3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가 가입 대상이다. 기존 청약저축과 청약 기능은 같지만 금리가 연간 600만 원 한도에서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3.3%까지 적용되는 차이가 있다. 2년 이상 계약을 유지한 경우 이자소득의 5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청년 특성에 적합한 전월세 자금 지원방안도 마련됐다. 현재 만 25세 미만 단독 세대주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전세대출 지원이 강화되면 만 19세부터 25세 단독 세대주도 전세자금 대출을 2000만 원 한도로 받을 수 있다. 전세자금 대출은 만기일시상환형으로만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출을 받은 청년이 여윳돈이 생길 경우 매월 상환할 수 있는 분할상환형 전세대출 제도를 만들어 이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월세대출 제도도 개선된다. 현재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월 30만 원 한도에서 지원했던 월세 자금을 월 40만 원까지 늘리고, 대출 연장 시 상환해야 하는 원금 비율을 25%에서 10%로 낮춘다.
수요자가 주거와 관련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아진다. 공공주택, 주택 대출, 전월세 수리비용 관련 정보에서 주택임대차계약 기본정보와 주택 자금지원제도, 주택 탐색법 등을 패키지로 제공해 주거와 관련한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개선한다. 주거복지센터와 지자체가 대학교, 청년 단체 등과 연계해 찾아가는 주거 상담 및 교육을 받아 청년에게 주거 정보를 손쉽게 전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저렴하고 쾌적한 행복주택, 친구들이 다 부러워해요”
한아형(24)
한아형 씨는 2016년 봄 우연히 가좌지구 행복주택 입주자 신청 공고를 봤다. ‘설마 이게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입주 신청을 했던 한 씨는 행복주택 입주자 명단에서 본인의 이름을 발견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신청했어요. 그런데 막상 입주자 명단에 제 이름이 있는 걸 보니 정말 기쁘더라고요. 이제 지긋지긋한 기숙사 생활과 작별하니 더 좋아요.”
한 씨가 행복주택 입주 전 살았던 기숙사는 매월 86만 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 월세로도 비싼 축에 속했지만 그에 비해 주거만족도는 현저히 낮았다. 개인 공간이 없고 직접 요리를 할 수도 없어 불편했다. 행복주택에 살면서부터 한 씨는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또 학교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행복주택에 입주한 다음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일단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15만 원 수준이라 주거비 부담도 덜었고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점도 큰 장점이에요.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저를 보는 친구들마다 얼굴 좋아졌다고 말해요. 아직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은 저를 엄청 부러워해요. 행복주택이 더 많이 생겨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면 좋겠어요.”
청년 지원 방안
1 청년주택 30만 실 공급 소형, 일자리 연계형 임대 25만 실, 기숙사 5만 명
2 맞춤형 전월세 대출 25세 미만도 전세자금 대출 지원, 월세 대출 한도 확대
3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도입 최고 연 3.3% + 청약 기능, 비과세
4 정보 교육 강화 마이홈포털 기능 강화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