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빵 냄새, 세탁한 다음 볕에 잘 말린 이불 감촉,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모두 떠올리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들이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것을 요즘 ‘소확행’이라 한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에 펴낸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한 소확행은 하루키의 수필을 읽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쓰이던 말이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행복’은 이미 다양한 말로 소개됐다. 한동안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덴마크어 ‘휘게(hygge)’, 프랑스어 ‘오캄(au calme)’, 스웨덴어 ‘라곰(lagon)’, 영어 ‘킨포크(kinfolk)’ 등은 모두 거창한 것이 아닌 지금 나를 즐겁게 하는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 단어다. 작은 행복은 사는 곳을 막론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이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소확행은 요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소확행이라는 말에는 ‘지금 이 순간’, ‘나’의 행복에 집중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소확행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성공, 꿈, 부, 명예가 아니다. 점심식사 후 마시는 커피 한 잔, 재미있는 책 한 권, 플리마켓에서 산 피규어 같은 작고 사소하지만 지금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헬조선’, ‘흙수저’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며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빗댄 자조 섞인 말이다.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참고 나면 더 행복한 미래가 펼쳐진다는 주문이 깨진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중에도 소확행을 추구하는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귀향해서 펼치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다뤘고, ‘소공녀’는 남자친구와의 연애, 와인 같은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집을 포기한 주인공이 친구들 집에 신세를 지며 생기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주변에서도 소확행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말이나 퇴근 시간에 향수 만들기나 요리 배우기 같은 원데이 클래스, 취미 동호회 활동을 시작으로 ‘제주에서 한 달간 살기’처럼 생활 주거지를 옮기기까지 소소한 행복을 경험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소확행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먼저 할 것은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일상을 공유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수험생활, 직장생활, 가정생활 등 나의 일상을 비집고 작은 쉼표를 찍어줄 일을 찾아보자. 멀리 있는 파랑새를 바라보는 것보다 소소하지만 더 확실한 행복이 지금 이 순간 펼쳐질 것이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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