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청년들’은 천안을 대표하는 청년단체다. 2014년부터 ‘천안의 할렘’으로 불렸던 천안역 원도심에 문화 콘텐츠로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사회 경제를 살린 주역이다. 이들은 1990년 이후 쇠락과 공동화 현상을 겪은 천안시 원도심에 청년 창업으로 도시재생, 역세권 개발, 지역공동체 공간을 만들었다. 천안의 대표 축제 흥타령춤축제의 ‘흥’을 브랜드화해 지역 브랜드 ‘11010’을 제작했고, ‘천안 숨바꼭질 축제’를 통해 원도심의 기존 상인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다.
최광운 ‘천안청년들’ 이사장은 천안역의 교통적 특성을 청년창업과 문화공간으로 연결했다. 2014년 그는 모두가 고개를 내젓던 천안역 원도심 상권에 게스트하우스 ‘오빠네’를 설립했다. 오빠네는 비영리단체로 활동하며 동네에 꼭 필요한 작은 잔치나 축제를 기획하는 등 지역 청년들이 앞다퉈 찾아오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 천안의 대표적인 춤 축제 ‘흥’을 브랜드화한 ‘11010’으로 만든 지역 굿즈들 ⓒ천안청년들
‘천안청년들’은 게스트하우스 설립을 바탕으로 천안역을 중심역으로 한 ‘내일로’라는 기차여행 프로그램도 만들어 천안이 관광명소로 자리 잡도록 했다. 원도심 내의 청년 상점을 연결하고 소개하는 ‘오빠랑 동네 한바퀴’ 여행프로그램 또한 3년 동안 약 3500명이 이용하면서 천안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천안청년들’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내부의 인식을 바꾸려고 애쓰는 대신, 역으로 이 지역에 선입견이 없는 관광객이나 여행객을 유치해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올해 2월 협동조합법인으로 성장한 ‘천안청년들’은 천안의 청년문화예술이 싹을 틔우고 만개하기까지 누구보다 노력한 일등공신이다. 천안시는 정부와 전국의 청년창업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최광운 이사장은 “천안역 원도심이 청년문화예술 관광창업 특구가 되기까지는 청년이라는 ‘사공’이 문화라는 ‘배’를 적절한 방향으로 저어나간 것”이라며 “‘천안청년들’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운동’의 영역으로까지 문화기획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정비사업만으로 구도심 활성화 어렵죠
“기존의 구도심 활성화 사업은 도로 개선과 가로등 정비 사업을 중점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개선 사업을 했다고 해서 낙후한 선입견이 있는 구도심을 찾을 이유가 되지 않아요. 천안역 원도심에 니즈(needs)가 있는 소비자군을 먼저 모이게 하는 전략을 세웠고, 그 과정에서 철도프로그램 ‘내일로’를 이용하는 청년 여행객(내일러)을 주목했습니다. 내일로로 여행하는 청년들은 보통 무궁화호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천안역은 충남에서 무궁화호가 가장 많이 정차하는 역이자 장항선이 경유하는 허브역입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여행 동선에서 천안역 원도심을 베드타운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면 청년들이 모일 것이라고 확신했죠. 그래서 도시재생 분야 사람들이 모이는 첫 주관 사업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한 거고요. 예상은 적중했고, 외부의 청년 자원들이 원도심을 찾았어요. 그 후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활성화되자 게스트하우스에 지역 청년들도 찾아오게 되면서 원도심 청년들이 모이는 사랑방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최광운(33) 이사장,
오빠네 게스트하우스 대표
도시재생 지역에서 사무실 구하려면?
“‘천안청년들’은 지역 건물들의 상가 임대정보를 조사해 데이터화하고, 실제로 창업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시간을 투자해 사무실을 찾아다니지 않고, 청년복덕방을 찾아와 위치, 보증금, 월세 및 기본적 시설의 요구사항에 대해 상담하고, ‘천안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복덕방에서 추천한 서너 곳의 사무실을 둘러보고 좋은 공간에서 창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임대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과정에 개입해 도와주고, 각종 정부 지원정책이나 제도를 매칭시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방보람(28) 이사,
빈티지구제숍 콜링유 대표
창업 지원할 때 나이 제한 없애달라
사실 많은 정부 지원정책 중 유일하게 경력자를 우대하지 않는 사업이 청년창업 지원 사업이에요. 원도심이라고 불리는 구도심은 실제로 전문가들이 와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입니다. 따라서 정부 지원의 일부는 실제로 경험이 있거나 능력 있는 창업가들이 함께 협력해 진행해야 합니다. 청년창업지원제도는 ‘청춘창업지원제도’로 바꾸고, 골드에이지 창업자들이 청년사업가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도전적 청년창업가들이 원도심 창업의 매력을 높여준다면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은 더욱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창업은 창업하고 싶은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다인(27) 이사,
여성패션브랜드 포에지 대표
평택 미군들을 위한 관광프로그램도 개발
“‘천안청년들’이 3년간 운영하고 있는 ‘오빠랑 동네 한바퀴’ 도시재생 투어프로그램은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이 3500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하면, 그들을 위한 관광프로그램을 좀 더 보완해 더 많은 미군을 유치하려고 해요. 이슬람 문화권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할랄(HALAL)은 음식 관련 창업교육지원 프로그램입니다. 투어에서 먹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앞으로 충청권의 새로운 관광 수요층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에 하나입니다.”
지의환(29) 이사,
지콰르텟 4중주 연주팀
‘공부원들’ 고마워요
천안역 원도심은 천안의 할렘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실 사람이 많지 않았던 지역이지만, 청년들이 계속적으로 원도심이라는 공간의 부정적 인식을 벗겨내기 위해 노력했죠. 그리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원도심을 지역 청년들에게 알리기 위해 천안시와 함께 노력했습니다. 천안시는 일반적인 도시재생과 다르게 단순히 청년 및 주민들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청년과 상인들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점에서 천안의 청년들은 천안시 도시재생과 공무원들을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고 대신 ‘공부원’이라고 합니다. 항상 현장에서 공부하는 첫 번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유병준(30) 이사,
엉클컴퍼니 대표
도시재생에서 듀플리케이션 현상은 “안 돼요~”
“많은 전문가가 도시재생 사업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해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보다 더욱더 우려되는 것은 듀플리케이션 현상, 즉 복제화 현상이에 요.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벽화마을 사업을 진행했고, 그러다 보니 전국에 벽화마을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예요. 도시재생 사업도 그런 과정상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도시재생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은 외부의 소비자들이 들어와 소비자군을 형성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삶이 얼마만큼 개선되느냐가 사업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정태영(30) 이사,
청년방송 ‘토크 한잔’ 대표
천안 넘어 충남 대표하는 청년 네트워크가 목표
‘천안청년들’은 올 2월 협동조합 법인으로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청년들의 더 나은 지역적 삶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다문화인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할 것입니다. ‘천안청년들’은 앞으로 지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활동의 중심을 내부에서 외부로 확대하고 새로운 창업자들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게 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일 것입니다. ‘천안청년들’은 앞으로 충남의 여러 청년 그룹들과 함께 협업하며, 천안을 넘어 충남을 대표하는 청년 네트워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양호근(59) 감사,
매직파티이벤트 대표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