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6일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현충일 추념식이 열린 것은 1999년 이후 19년 만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은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뿐 아니라 의사상자(義死傷者), 독도의용수비대, 소방 및 순직공무원 묘역까지 조성돼 있다. 최근까지도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순직하신 분들 대다수가 이곳에 안장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국가유공자에게 보답하고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국립대전현충원이 추념식 장소로 선정됐다.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이 참석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월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현충탑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
이번 추념식은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428030은 2018년 5월 31일 기준으로 국립묘지에 모신 안장자를 모두 합한 숫자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월 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6·25전쟁 당시 전사한 고 김기억 육군 중사의 묘지를 시작으로 무연고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왼쪽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연합
정부는 국립서울현충원 최초 안장자부터 최근 순직한 소방공무원 묘역까지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 우리나라 국립묘지는 국립대전현충원, 국립서울현충원, 국립이천호국원, 국립영천호국원, 국립산청호국원, 국립임실호국원, 국립3·15민주묘지, 국립4·19민주묘지, 국립5·18민주묘지, 국립신암선열공원 등 총 10개다.
추념식은 국가유공자와 유족, 각계 대표,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역 참배를 시작으로 추념행사,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 순으로 진행됐다. 참배는 무연고 묘지인 고(故) 김기억 육군 중사의 묘지에서 시작됐다. 1953년 만 24세 나이에 순직한 김 중사는 6·25전쟁 당시 소속부대와 함께 경기 포천과 동두천 일대에서 38도선 경비 임무를 주로 수행했다. 1951년에는 618고지, 901고지, 883고지 전투와 백석산 전투에도 참가했다. 그 후 1953년 5월 3일 양구전투에서 전사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참배를 김 중사의 묘지에서 시작한 이유는 국가가 유가족이 없어 잊혀가는 국가유공자도 끝까지 잊지 않고 기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중사의 묘역을 참배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믿음을 생각했다”면서 “대한민국은 결코 그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고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무연고 묘소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기억해야 한다”며 “그것이 국가에 헌신했던 믿음에 답하고 국민이 국가에 믿음을 갖게 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잊혀가는 국가유공자도 끝까지 기리겠다
추념행사는 오전 10시 정각 전국적으로 울리는 사이렌에 맞춰 추모묵념과 함께 시작됐다. 묵념시간에는 서울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로터리, 국회의사당 앞 삼거리 등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전국 225곳의 주요 도로에서 차량이 일시 정차해 전 국민이 추모묵념에 동참했다. 추모묵념 이후 국민의례, 추모헌시 낭송, 국가유공자 증서 수여, 추념사 낭독, 추념공연 등이 이어졌다.
국민의례는 군복무 중인 연예인 지창욱, 주원, 강하늘, 임시완이 국기에 대한 경례문 낭독과 애국가 선도를 맡았다. 이어 나라를 위한 희생과 헌신 그리고 평화를 소망하는 내용을 담은 이해인 수녀의 추모헌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를 배우 한지민이 낭독했다. 현충일 추념식에 시를 헌정한 이해인 수녀는 그동안 나라를 위해 쓰러져간 영령을 추모하며 유엔군, 4·3영령 등을 위해 시를 쓰기도 했다.
국가유공자 증서는 순직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의 가족에게 전달됐다. 예년에는 수권유족 본인에 한해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했으나 올해는 배우자와 자녀 또는 부모님이 함께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게 됐다. 가족을 품에 바친 보훈가족에 대해 예우를 표하기 위해서다.
추모공연은 가수 최백호가 나섰다. 최백호는 앞서 국민의례에 참여한 군복무 연예인 네 명과 함께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가수 김민기가 1978년 발매한 <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김민기가 군복무 당시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앞둔 병기선임하사의 요청으로 만든 노래다. 30년 이상 직업군인으로 복역했던 부사관의 애환과 설움을 진솔하게 담아내 평범한 군인의 소박하지만 큰 나라사랑의 마음이 잘 표현된 곡이라 이번 추념식의 추모곡으로 선정됐다.
마지막으로 순직 소방공무원 묘역에서 지난 3월 30일 순직한 소방공무원 고(故) 김신형 소방장, 김은영 소방사, 문새미 소방사 3인의 추모식이 거행됐다.
현충일 추념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6월 5일,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청와대 영빈관에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초청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오찬을 열었다. 오찬에 앞서 문 대통령 내외는 250여 명의 참석자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눴다.
참석자 대표로 김영수 전몰군경유족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전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현충일 때 문 대통령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고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고 한 말을 언급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든든한 받침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에게 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보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강한 국가를 만드는 주춧돌”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애국과 보훈에 있어서는 보수, 진보, 남녀, 노소 구별 없이 국민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의 말을 남겼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