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관광업계, 관광정책 담당자 모두 고민이 많은 한 해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변화는 관광시장을 위축시켰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연말, 범부처 관광협의체인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출범했다.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세계가 찾고 싶은 한국’을 만들기 위해 관광 선진국으로 거듭난 해외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했고, 가까운 나라 일본은 좋은 사례였다. 2018년 한국 관광의 재도약을 위해 일본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보려고 한다.
“Japan. Endless Discovery.”
일본의 관광 슬로건이다. 일본의 끝없는 매력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404만 명,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는 2600만 명을 기록했다. 관광 현장에서는 일본 배우기가 한창이고, 국내 언론에서도 연일 일본의 성공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 관광당국과 업계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 관광이 호황기를 맞은 데는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중앙의 관광청, 지방의 운수국 관광부, 산하기관인 일본정부관광국(JNTO)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축과 함께 경제산업성, 외무성 등 내각의 전 각료가 참여해 관광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관광입국각료회의’ 등 10개 이상의 수평적 회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해외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위해 관광 관련 부처와 재외공관, 민간기업·단체 등이 밀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보고 싶은 일본’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의 ‘오타쿠’ 문화에 심취한 전 세계 팬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팬 약 13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도쿄 오타쿠 모드사의 네트워크를 활용, 오타쿠 성지순례, 아키하바라 정보 및 오타쿠 관련 이벤트 정보 제공을 통해 일본 방문을 유도한 사례 등이 그것이다.
한편 2017년 JNTO는 ‘나답게 더, 일본에서 더’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는 관광객들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일본은 이를 위해 매년 시장별 주요 타깃과 테마 등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매체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 일본정부관광국 이모티콘 ⓒJNTO
씨줄 날줄처럼 잘 엮인 일본의 협력체계
예를 들어 우리나라 관광객을 위해서는 카카오톡으로 일본 여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무료 이모티콘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TV 프로그램에 일본 관광지 방문 체험 스토리를 담거나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으로 특정 장소를 부각시켜 관광 명소로 만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관광 분야를 지원하는 ‘비지트 재팬(Visit Japan)’ 정책과 문화 분야에 지원을 펼치는 ‘쿨 재팬(Cool Japan)’ 정책이 함께 연계돼 있다는 점을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국내 구글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남녀 주인공이 재회하는 도쿄 스가 신사 앞 계단이 유명한 관광지가 되고, 배경으로 나온 도쿄와 기후현의 여러 장소가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관광객들이 스스로 애니메이션 장면을 연출하거나 방문 인증사진 등을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서 배경지가 더욱 빠르게 홍보된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애니메이션 투어리즘 협회는 ‘너의 이름은’의 촬영지 투어 행사를 개최해 해외에서 애니메이션 팬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문화콘텐츠의 관광 홍보 효과에 주목해 인바운드 관광 유치를 연계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일본을 관광 목적지로 선택하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 촬영지 투어로 이어진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좌) ⓒ중앙일보인터넷커뮤니티
국내 tvN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우) ⓒtvN
‘여행주간’ 사업 협업 기회로 활용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 관광 홍보를 위해 문화콘텐츠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문화콘텐츠의 후광 효과에 따른 촬영지를 찾는 관광객 증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한류 열풍을 이끈 ‘겨울연가’의 인기와 함께 남이섬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했고, 드라마 ‘도깨비’의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곳인 강릉 주문진 부둣가가 주목받으며 촬영지에 대한 국내외 관광객의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를 다른 콘텐츠들로 확장해볼 수도 있겠다. 한 예로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웹툰은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즉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매력 자원을 잘 부각시킬 수 있도록 웹툰·소설→드라마·영화→관광지→관련 콘텐츠 상품화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작 단계부터 촬영지의 관광 상품화 기획을 비롯해 관련 콘텐츠 상품 개발과 정보 제공,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다만 ‘보고 싶은 너의 KOREA’,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KOREA’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천하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국가가 보유한 모든 자원이 관광수요를 일으키는 소재가 되는 만큼 관련 주체들의 협업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 지자체와 같은 종적인 추진체계만으로는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도 보다 적극적이고 긴밀하게 횡적인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시범적으로는 국내 관광 활성화 및 해외 방문 수요를 국내 여행으로 유도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하고 있는 봄, 가을, 겨울 여행주간 사업을 협업의 기회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 관광업계, 민간이 다 함께 참여해 연간 3회 개최되는 여행주간 동안 국내를 여행하는 내·외국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와 혜택을 집중(문화재청-유니크베뉴 공개, 한국도로공사-통행료 할인, 한국전력-발전시설 견학, 지자체-유료입장시설 할인 등)해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해외에 진출한 민간기업, 외교부 재외공관, 한국콘텐츠진흥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수평적 주체들이 한국의 산업, 관광, 문화콘텐츠, 음식 등의 매력을 종합적으로 홍보하는 등 전 국가 차원의 ‘비지트 코리아(Visit Korea)’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때다.
이학주 | 한국관광공사 일본팀장
오유라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