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늘봄학교는 꿈을 찾고 성장이 일어나는 곳”
커버스토리 “늘봄학교는 꿈을 찾고 성장이 일어나는 곳”

경기 화성시 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 담당 박성환 교사맞벌이하는 부모는 항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을 덜게 해주신 늘봄학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학부모 A씨) 저희 아이는 낯선 곳에 가는 걸 어려워해요. 그런데 학교처럼 익숙한 장소에서 배우는 건 잘 받아들여서 늘봄학교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학부모 B씨)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에 참여한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학부모들의 기대 속에 2024년 3월 첫 주부터 늘봄학교가 시작됐다. 초등학생들에게 정규수업 시간 외에도 교육과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의 줄임말이다. 초등학교 방과후교육과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맞는 여러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올해 입학한 1학년은 누구나 늘봄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늘봄학교 시작 3일 차인 3월 7일 찾아간 송린초 교실은 오전 8시부터 문이 열렸다. 부모의 출근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한 오전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찍 학교에 온 아이들이 교실 문 앞에서 서성이지 않도록, 정규수업이 시작할 때까지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늘봄학교는 불을 밝히고 일찌감치 아이들을 맞는다. 아침 시간에는 아이들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놀이체육을 운영합니다. 농구나 줄넘기, 피구 등을 하면서 몸을 풀 수 있게 하죠. 1~3학년과 4~6학년이 하루는 놀이체육, 하루는 디지털AI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송린초에서 늘봄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박성환 교사의 말이다. 현재 송린초는 전체 53학급에 학생 수는 1600명이 넘는다. 돌봄에 대한 수요도 많다. 2023년에는 모집인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이 돌봄교실에 지원했다. 박 교사는 겨울방학 동안 돌봄에 탈락한 학생의 학부모에게 일일이 전화해 이들의 필요를 파악했다. 그리고 아침돌봄오후돌봄틈새돌봄저녁돌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2024년부터 신청자들이 모두 늘봄학교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날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 밖으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송린초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신체발달 프로그램(놀이체육, 치어리딩, 음악줄넘기)부터 정서함양 프로그램(예술로 놀이터, 미술치료, 토탈공예), 창의성 향상 프로그램(컴퓨터코딩, 드론항공, 로봇과학, 주산암산, 영재큐브, 바둑체스, 생명과학)까지 다양하다. 늘봄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어서인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흥미로워했다. 생명과학 교실에 참여하는 2학년 이시율 학생은 선생님이 플라나리아는 몸이 잘려도 재생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신기하다고 말했다.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4학년 윤가은 학생은 예전에는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갔는데 늘봄학교에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했다. 창의성 향상 프로그램을 신청한 6학년 박미나 학생은 교과 외에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촘촘하게 설계된 늘봄학교에서 배움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정규수업에도 더욱 마음을 열고 참여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박 교사는 늘봄학교는 시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2021년부터 방과후교육을 총괄했다. 방과후돌봄 수요를 안전한 공교육의 틀 안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다함께 꿈터(방과후 연계형 돌봄교실)를 만들었고 육상부, 치어리딩부 등을 신설해 전국대회에서 수상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송린초는 2022년 방과후학교 우수사례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고 2023년에는 늘봄학교 부문 교육부장관상, 늘봄학교 정책 활성화 경기도교육감 표창 등을 수상했다. 늘봄학교 시행 첫 주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초등학교 입학은 아이들에게 큰 변화다. 2024년 늘봄학교의 주요 키워드는 초1 맞춤형과 원하는 초등학교 1학년 누구나다. 2023년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면서 입학 초기 적응 기간에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그 노하우를 2024년에도 적용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학년 학생들은 학교에 오는 걸 즐거워한다. 늘봄학교라는 완충지대가 있어서 학교를 덜 어려워한다. 체육이나 놀이시간을 통해 먼저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친밀해지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다. 1학년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나?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1학년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니 정서적 안정이었다. 수도권 소재 대학교 늘봄사업단과 연계해 음악치료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일반 학생 대상으로 운영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정서적 장애나 어려움이 있는 친구뿐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음악과 미술로 정서가 순화되는 걸 볼 수 있었고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았다. 어른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을 한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소하지만 아이들은 대개 방법을 모른다. 초등 1학년부터 자신의 감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하고 소화할 수 있다면 일탈이나 폭력 예방 등 잠재적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서뿐 아니라 신체발달 프로그램도 있다고?초1 맞춤형은 정적 활동을 주로 하는 정서창의놀이 프로그램과 동적 활동을 주로 하는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으로 전인교육을 지원한다. 수업을 짤 때 지역 에어로빅힙합 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신나게 신체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해나가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했다. 요즘 아이들은 10분만 걸어도 힘들어한다. 그리고 걷는 자세도 구부정해 안 좋은 자세가 평생 가는 경우가 많다. 초등 1학년 성장기부터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기초 습관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조언을 얻어 에어로빅힙합 종목의 전문가와 함께 바른체형성장댄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늘봄학교 강사는 어떻게 채용하나?우리 학교는 개교(2018년)부터 방과후돌봄교실을 운영했다. 반응이 좋았던 수업의 인력풀을 확장하고 지역사회단체의 도움을 얻기도 했다.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기존 수익자 부담의 방과후학교와 달리 무료로 운영된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학 산학협력단늘봄사업단, 지역 및 예체능 협회기관 등과의 연계 사업으로 강사, 교재, 교구 등이 지원되다보니 학생들에게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학교와 기관 간의 상생 작용도 있다. 강사 채용 절차와 비용 지급 등 행정 부분에서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원 기관에서는 강사 지원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더욱이 무료이니 저소득층 학생들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다. 늘봄학교와 방과후학교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현재 전교생이 1600명이 넘는다. 한 분기에 방과후학교 신청자만 500명이 넘었다. 인기가 많은 방과후학교는 추첨제로 운영해 탈락하는 학생도 있었다. 경쟁이 높은 치어리딩반의 경우 한 번 떨어지면 1년 동안 다시 지원할 수 없었다. 늘봄학교는 이런 단점을 해소했다.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치어리딩반은 만들어진 지 2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수상했다.2023년 경기도교육감기 스포츠클럽축제 치어리딩 대회에서 1위를 기록했다. 또 전국 스포츠클럽축전 치어리딩 대회 페어플레이 교육부장관상도 받았다. 아이들의 팀워크는 물론 성취감도 높아졌다. 이 사례가 2023년 늘봄학교 부문 교육부장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가장 보람 있는 건 아이들의 반응이다. 두 대회에 모두 참가했던 한 학생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치어리딩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찾았다고 했다. 늘봄학교가 단지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꿈을 찾고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치어리딩반 강사가 송린초 학부모라고 들었다.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했던 치어리딩 강사 손연희 선생님은 방과후 강사로 학교와 연을 맺었다. 2024 아시아선수권 치어리딩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고 세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아이들도 송린초에 다닌다. 이렇게 우리 학교 학부모면서 강사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 학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아이들을 더 정성으로 가르친다. 늘봄학교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부모가 있다면?한 학부모로부터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맞벌이를 해서 다른 엄마처럼 오랜 시간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선생님께서 정말 큰일을 하고 계신 것을 학부모님들은 다 알아요. 미안한 마음을 덜게 해주시는 학교와 담당 선생님, 강사분께 늘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안고 사는 학부모도 역시 마음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늘봄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개학하자마자 교무실로 한 학부모가 찾아왔다. 아이가 인근 학교에 입학하려 했는데 송린초가 개학과 동시에 늘봄학교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학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당장 하교 시간 이후 돌봄 공백이 발생해 해당 학교의 늘봄 계획 수립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한부모가족인 데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에 퇴근해 늘봄학교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가정은 늘봄학교가 절실하다. 소외받는 가정지역 없이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모든 학교에서 양질의 늘봄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오후 9시, 송린초의 늘봄학교가 문을 닫는 시간이다. 저녁 돌봄이 끝나는 7시부터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함께돌봄센터가 아이들과 함께한다. 박 교사는 늘봄학교는 한 아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배움의 터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 화성시의 출생아 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2023년 화성시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경기도 평균 0.77명, 전국 평균 0.72명보다 높다. 늘봄학교가 그 아이들의 든든한 성장터가 돼준다면 출산율은 상승곡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일생을 계절로 나눈다면 초등학교 기간은 봄에 해당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늘 따뜻하고 활기찬 봄이 되기 바라는 것은 교사도 강사도 학부모도 한마음이다. 유슬기 기자 박스기사 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 이주린 강사 학교는 안전하고따뜻한 곳이라는 걸알려주고 싶어지금부터 숫자를 셀 거예요. 10까지는 다 함께 세고 그다음부터는 속으로 세는 겁니다. 1, 2, 3, 4, 5, 6, 7, 8, 9, 10, 쉿! 교실에 순식간에 정적이 흐른다. 늘봄학교 주산암산 시간. 주판알을 튀기며 까르르 웃던 아이들이 집중해서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늘봄학교에는 방과 후 학원에 가지 않아도 안전한 학교 안에서 우수한 강사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송린초 늘봄학교에 초1 맞춤형 정서 창의놀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이주린 씨는 늘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늘봄학교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나는 유치원 정교사였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아이를 송린초에 보내면서 방과후학교 강사로 참여하게 됐다. 아이가 생활하는 학교에서 강사를 하니 학부모와 교사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늘 걱정된다. 학교에 처음 입학한 1학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오후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반면 학교는 오후 1시면 마친다. 이후 돌봄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학부모의 육아휴직이 아이가 1학년일 때 많아지는 이유다. 수업 후 늘봄학교에 보낸 1학년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가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1학년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학교에 오면 일단 건물이 너무 크고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 주눅이 들게 된다.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수준이 높아져서 버겁게 느낄 수 있다. 그럴 때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중간다리 역할이 필요하다. 수업도 유치원에서 학교로 넘어갈 수 있는 기초연계 수업을 많이 진행한다. 아이들도 정규수업에서는 긴장하다가 늘봄학교에 오면 한결 편안해 한다. 많이 웃고 밝아지는 아이들을 보면 늘봄학교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늘봄학교를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나는 강사인 동시에 학부모다. 아이들이 학교는 재밌는 곳이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곳이구나, 내일 또 가고 싶다고 느낀다면 강사로서도 학부모로서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2024.03.21
돌봄대기자 ‘0’ “늘봄학교는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 어린이 위해 돈 아끼지 않겠다”
커버스토리 돌봄대기자 ‘0’ “늘봄학교는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 어린이 위해 돈 아끼지 않겠다”

네가 내 그림을 좀 보충해주겠니?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4일 전남 무안군 오룡초등학교를 방문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했다. 미술수업에는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새 학기 시작 이후 매주 늘봄학교 관련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늘봄학교 현장을 자주 방문해 적기에 신속한 지원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잘 챙기겠다고 했다. 전라남도는 부산과 함께 도내 모든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해 참여율 100%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1학기 늘봄학교 준비와 운영에 힘쓰고 있는 현장의 교원들, 늘봄 전담사, 전남도교육감, 전남도지사, 그리고 늘봄학교를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또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남은 도시 지역에 비해 프로그램과 강사 확보가 어려울 텐데도 전남 지역 내 425개 모든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고 1학년 학생의 76%가 이용한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4학년과 6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는 과거 방과후 프로그램은 조건이 맞는 학생들만 참여가 가능했으나 늘봄학교는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며 예산이 허락한다면 참여 대상을 4학년까지 확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늘봄학교는 국가정책 중 제일 중요한 것이라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도 최대한 투입해서 하겠다고 답했다. 2학기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2024년 3월 첫 주부터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됐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에서 아침 수업시간 전과 정규수업 후 오후 8시까지 원하는 학생에게 돌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2024년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초등학교 1학년은 신청 우선순위나 추첨하는 과정 없이 100%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고 학교 적응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매일 두 시간씩 무료로 제공된다. 늘봄학교는 2023년 1월 도입 방안이 확정돼 3월부터 전국 5개 시도교육청(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에서 총 214개교가 참여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에서 채우지 못한 돌봄의 틈새를 공교육 체계 안에서 메우기 위해서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2년 12월 발표한 아동돌봄의 통합적 운영기반 구축연구 보고서를 보면 0~12세 자녀를 둔 부모 대상 설문에서 언제 돌봄공백을 느꼈나라는 질문에 24.0%가 초등학교 1학년을 꼽았다. 0세(29.7%), 1세(24.6%)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초등학교 입학 후 돌봄 지원체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해당 연구에서 대학교수, 연구원 등 아동돌봄 전문가 60명에게 아동의 연령대별 돌봄 지원체계에 대한 평가를 묻자 0~6세의 돌봄 지원체계는 5~5.6점(7점 만점)을 기록했지만 초등 저학년(1~3학년)은 3.7점으로 보통(4점)에도 못 미쳤다. 애초 계획보다 늘봄학교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2024년 늘봄학교를 시작한 학교의 1학년 하교 시간은 오후 3시 안팎으로 연장됐다. 어린이집유치원 졸업 후 초등학교 입학으로 생겨난 돌봄의 공백이 공교육 안에서 채워진 것이다. 두 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 이후 학생들은 다양한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놀이체육뿐 아니라 주산암산, 과학교실, K-팝 댄스, 골프, 펜싱, 승마, 코딩 등 프로그램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3월 8일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늘봄학교 전통연희 프로그램 제공 및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사물놀이 단체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전통예술 프로그램과 전문강사를 제공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즐겁고 신명 나는 전통연희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특기?적성 계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학교에서 전통문화예술 분야를 포함한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관?단체와 지속해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늘봄학교 도입으로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대기자 문제도 대부분 해소됐다. 2023년 3월 돌봄교실 대기자는 약 1만 명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에는 2741개교 1학년 약 6만 6000명이 돌봄교실을 이용했으나 2024년 3월 늘봄학교 도입으로 두 배 이상인 12만 8000명이 늘봄학교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대로라면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도입되는 2학기에는 1학년의 70.2%인 24만 4000명이 늘봄학교로 흡수된다. 늘봄학교가 늘어나면 기존 교원의 업무가 과중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늘봄학교 도입으로 발생하는 신규 업무가 기존 교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현재 2741개 늘봄학교에 학교당 평균 1.3명의 행정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3월 11일 기준 기간제교원 2125명이 채용배치됐고 약 3500명이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늘봄학교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을 위한 강사로 약 1만 1500명을 확보했다.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에 따라 83.2%가 외부강사, 16.8%는 희망하는 교원으로 구성됐다. 이는 시도교육청이 외부강사 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희망할 경우 교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결과다. 늘봄학교가 폐교 위기 학교도 살리다교육부는 3월 한 달을 늘봄학교 현장 안착을 위한 집중 지원 기간으로 운영한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늘봄 콜센터를 설치운영해 학부모와 학교의 민원을 직접 접수하고 즉각 해결에 나설 예정이다. 또 교육부교육청 늘봄학교 현장지원단도 운영해 전국 각지의 늘봄학교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애로사항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3월 12일 충북 진천군 상신초등학교에서 열린 제16차 함께차담회에서 늘봄학교는 우리 사회의 난제인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서 어렵더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라며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교육기회 균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교육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늘봄학교 누구나 이용 대상을 2025년까지 초등 1~2학년으로 넓히고 2026년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다. 이 경우 석식비도 전액 지원받는다. 시도교육청은 지역 여건과 학교별 특성에 맞는 늘봄학교를 운영하면서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늘봄학교를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광주충남전북경북교육청은 3월 중 늘봄학교를 추가 선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늘봄학교로 폐교 위기의 학교가 되살아난 경우도 있다. 논산계룡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23년 신입생 1명에 불과했던 충남 논산시 광석초등학교는 2024년 32명이 입학했다. 이 중 원 학구 학생은 6명, 나머지 26명은 타지에서 입학했다. 신입생이 몰린 이유로 늘봄학교가 주효했다. 아침늘봄, 방과후 연계형 늘봄, 저녁늘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아침저녁식사 제공에 등하교 차량 운영 등이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독서체육활동을 전담하는 전문강사를 섭외하는 등 내실 있는 교육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10년 연속 최하위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돌봄 공백과 사교육비 부담이 꼽혀왔다. 늘봄학교가 안착하면 초등학생이 돌봄 공백 때문에 학원을 순회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맞벌이가정의 경력단절을 막고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범부처 지원본부 주기적 점검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의 주력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저출생미래세대 정책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윤 대통령은 2월 KBS(한국방송공사)와의 대담에서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어린이를 많이 아낀 대통령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는 2월 5일 민생토론회에 이어 2월 27일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늘봄학교를 다뤘다. 이 자리에서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9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17개 시도교육감, 17개 시도지사 등이 참여하는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를 구성해 늘봄학교 운영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도에서 발생한 대기자 524명에 대해 기존에 학원을 이용하던 학생들이 늘봄학교가 알려지면서 추가적인 참여를 희망해 발생했다며 대기 수요를 최대한 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는 꼴찌 탈출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해 참여율을 4분의 1 수준으로 올리고 2학기는 모든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방과후 지역 돌봄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시설이 너무 열악하고 아이들도 불편해 했다며 그때 국가 돌봄 체계를 추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시행 초기 단계인 늘봄학교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나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늘봄학교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 지역사회, 전문가 등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슬기 기자 박스기사 늘봄학교 궁금증? 함께학교에 물어보세요 1만 명의 선생님이 답해주고 분야별 전문가가 상담해주고교육부는 3월 11일 디지털 소통 플랫폼 함께학교를 확대 개통한다고 밝혔다. 학생과 교원, 학부모가 상시 소통하며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함께학교는 2023년 11월 말 처음 개통한 이래 약 50만 명이 방문했고 500여 건의 다양한 교육정책이 제안됐다. 이번 개편으로 교육부 누리집 늘봄학교 메뉴와 정책 토론, 정책 알림 등을 연결하고 함께학교 메인 화면에 소개해 최근 학부모의 큰 관심사인 늘봄학교에 대한 소통도 지원할 예정이다. 함께학교는 교원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상담, 소통(커뮤니티 등) 기능을 신설하고 접근 편의성을 개선해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평소 궁금했던 점을 답답해요에 질문하면 함께학교에 가입된 1만 명의 선생님 등을 통해 답을 구할 수 있다. 전문가 상담 코너에서는 법률, 마음건강 등 분야별 전문가에게 무료로 비공개 1대 1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장 요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그간의 소통 방식을 바꿔 설계한 함께학교는 모두의 관점을 새롭게 연결하는 공간이라며 학생, 교원,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24.03.21
“의대 증원 2000명은 최소 숫자” 서울 0명, 경인 361명, 지방 1639명
정책돋보기 “의대 증원 2000명은 최소 숫자” 서울 0명, 경인 361명, 지방 1639명

정부가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증원된 정원의 82%는 비수도권 의대에 배분된 것으로 서울 지역 의대정원은 1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비수도권 27개 대학에서 정원이 1639명이 늘어난다. 특히 지역거점 국립의대 9곳 중 강원대와 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의대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만 있던 경기인천 지역 5개 대학에도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반면 서울 지역 의대정원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2025학년도 비수도권 의대정원 비율이 전체 의대정원의 72.4%까지 높아졌다. 이번 배정결과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추진 중인 정부가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대학의 증원 신청을 받아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이하 배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다. 당시 전국 모든 40개 의대에서 총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 이 같은 수치는 평가인증기준 준수 등 의료의 질 확보를 전제로 2025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정원 규모가 2000명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부총리는 개별 대학이 제출한 신청서를 바탕으로 각 대학의 교육 여건과 개선 의지, 지역필수의료 혁신에 대한 기여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면서 속도감 있게 배정위원회를 가동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은 의료개혁의 필수조건배정위원회는 3대 핵심 배정기준을 마련해 정원 배정을 확정지었다. 첫 번째 기준은 의대정원 배정이 의료개혁의 핵심 목표인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의대의 증원 규모가 0명인 데 반해 경기인천 지역에 증원된 정원이 배정된 것, 비수도권 의대에 82%가 집중된 것은 첫 번째 기준에 따른 것이다. 다만 서울과 경인 지역 간 의대정원 불균형과 편차도 고려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3.7명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61명으로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다. 반면 경기 지역 의사는 인구 1000명당 1.80명, 인천은 1.89명으로 전국 평균인 2.23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인 지역 의대정원도 증원될 필요가 있다는 점 때문에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두 번째 기준에 따라 결정된 것은 지역거점 국립의대의 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는 권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를 뒷받침하는 의료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남 지역의 경상국립대 의대정원이 76명에서 124명 더 늘어나고 충북 지역의 충북대 의대정원이 49명에서 151명 더 늘어나는 등의 증원이 결정됐다. 세 번째 기준은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가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의대에 대해서는 지역의료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여건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으로 강원 지역의 가톨릭관동대 의대의 원래 정원은 49명이었지만 51명 더 확충할 수 있게 됐고 충남 지역의 단국대(천안) 의대도 40명에서 120명까지 정원을 80명 더 늘리게 됐다. 한 총리 2000명 증원 충분히 수용 가능정부는 이 같은 의대정원 증원이 의료개혁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없이는 의료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월 20일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결과에 앞서 대국민 담화를 가진 자리에서 의료개혁의 핵심은 우리 국민이 지금 당장은 물론 앞으로도 만족스러운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며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방의료에 충분히 투자하고 기존 제도의 잘못된 점을 과감히 바로잡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인구 변화와 사회 변화, 의학의 발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의사인력 자체를 충원하는 작업 없이는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국제적인 통계를 살펴봤을 때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여기에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게 될 의료수요, 고령화되는 의사인력 등을 고려하면 의대정원 증원은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 총리는 교육 여건과 지역의료 현실을 감안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다면서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규정상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8명이 돼야 하지만 전국 40개 의대 평균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1.6명에 불과하다. 교수 1명에 학생이 0.4명인 곳도 있을 정도다. 해외 대학과 비교해보면 교육 여건이 충분하다는 사실이 더 잘 드러난다. 미국 의대의 한 학년 평균 학생 수는 146명이다.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인데 우리는 77명이다. 한 총리는 2000명의 정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원이 대폭 증원돼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교육부복지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필요한 교육 여건 개선을 최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부총리는 국립대 의대는 2027년까지 전임교원을 1000명 규모로 확충할 것이라며 신속한 기간 내에 교원뿐만 아니라 시설설비기자재 등 대학별 정원에 따른 추가 수요를 조사해 예산 지원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대정원 증원은 성공적인 의료개혁을 위한 시작이라며 정원 배정 이후 본과 시작까지 약 3년의 기간 동안 대학이 의학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게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협의 거쳐 의료개혁 기반 마련만약 지금보다 더 빨리 의대정원을 증원하거나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정원을 축소하지 않았더라면 현재의 의사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의료계 반발에 의대정원을 351명 감축했다. 이때 정원을 줄이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000여 명의 의사가, 2035년을 기준으로 하면 1만 명의 의사가 더 배출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 총리는 이 숫자가 지금부터 2000명을 증원해 달성하고자 하는 바로 그 규모라고 짚었다. 다만 의대정원 증원만으로 의료개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의대정원 증원은 의료개혁의 필수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총리는 정부는 의료계의 오랜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마련했고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의료개혁을 준비해왔다. 2022년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졌는데 수술할 의사가 부족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 전문가들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20여 차례 협의한 것이 시작이다. 2023년에는 의사단체, 병원 관계자, 의료전문가 등 의료계이해관계자와 130회 이상 협의하며 의료개혁을 위한 제언을 들었다. 별도로 열린 의사단체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28차례 협의 중에서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 관련 협의도 7차례나 진행됐다. 필수의료응급의료 대책 수립2023년 1월 31일에는 중증응급소아분만 분야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발표됐다. 위급질환의 최종진료가 가능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전국 39곳에서 44곳으로 확충하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도 늘리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119와 의료기관 간 환자 중증도 분류기준도 일원화해 환자이송 과정에서 혼란을 줄이기로 했다. 뇌동맥류나 중증외상 등 고난도 응급수술과 시술에는 수가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기존 분만수가에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 100%를 추가 지원해 보상을 늘리는 방안도 있었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은 다양하게 제시됐다. 2023년 7월에는 고난도고위험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고 추가 지원하는 방안이 발표됐고 9월에는 소아의료 보완대책을 통해 심야시간 만 6세 미만 환자를 진료하면 진찰조제 수가를 두 배로 인상하는 소아의료 보완대책도 세워졌다. 또 응급진료구역에서 소아를 진료하면 수가 50~100%를 추가 지원한다. 필수의료 중 소아의료에 대한 대책도 구체적으로 마련됐다. 2023년 2월 발표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에서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추가로 지정하고 야간과 휴일에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전국 40곳이었던 병원을 100곳으로 늘리고 병원 한 곳당 평균 2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2023년 3월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응급의료기본계획 등 응급의료 대책도 세워졌다. 3월 21일 발표된 응급의료기본계획에서는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자에게 중증도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추가적으로 응급환자의 수용을 거부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응급의료 수용거부 재발방지 대책도 발표됐다. 의료계의 숙원이던 의료사고에 대한 안전망도 마련되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13일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를 다했으나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은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의료개혁 4대 과제 빈틈없이 추진이처럼 다양한 방안을 통해 쌓아올린 기반은 2023년 10월 19일 발표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통해 보다 구체화됐다. 혁신전략은 2024년 2월 1일 발표된 의료개혁 4대 과제로 이어졌는데 국립대병원의 치료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등 미래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꼽힌다. 2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5년부터 5년간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하고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하며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의료인력 확충 방안은 그중 하나다. 지역의료 강화 방안으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확대,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등이 마련됐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하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의료사고 안전망 마련 방안도 4대 과제에 포함됐다. 보상체계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으로 1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난이도와 위험성 등을 반영한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료개혁 4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2월부터 지속적으로 발표시행되고 있다.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2월 26일 지역진료협력 심뇌혈관 진료 네트워크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3월 13일에는 시니어 의사제 시범사업과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구축 시범사업,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국립대병원 교수를 1000명 증원하고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기로 발표했다. 계약형 필수의사제 도입의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2월 29일에는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이 마련됐고 이에 대한 공청회도 열렸다. 이보다 앞서 2월 8일 의료사고에 대한 수사 및 처리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는데 중과실 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 감면 규정을 적극 적용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통해서는 사망사고를 제외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이 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등의 방안이 명시될 전망이다. 3월 15일에는 의료분쟁조정감정제도 혁신 태스크포스(TF) 발족 계획이 발표돼 의료분쟁을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정하고 감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의료개혁은 국민의 명령의료개혁 4대 과제 중 선결돼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의료인력 확충 방안이다.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한 직후부터 의료인력 확충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2월 27일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3월 8일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수련 형태를 조정해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를 축소하는 시범사업도 발표됐다. 3월 20일 의대정원 증원 규모도 구체적으로 발표되면서 의료인력 확충 방안 시행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작동 중인 비상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대면 진료를 2월 23일부터 전면 확대하고 의료기관 간에 전원을 원활하게 하는 긴급대응 응급의료상황실도 조기에 개소했다. 건보재정 1200억 원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신속하게 인상하고 월 1800억 원 규모를 투입해 중증환자 입원진료를 사후에 보상하고 경증환자 회송료 수가를 인상하는 등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되는 데 지원하기로 했다. 3월 12일 국무회의를 통해서는 예비비 1285억 원도 투입돼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보상이 강화됐고 예비비 68억 원을 들여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경증비응급 환자를 다른 기관에 안내하도록 하는 경증환자 분산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이후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 대통령국무총리관계부처 장관 등이 상급종합병원공공의료기관 등 현장에서 간담회를 연 것이 20여 차례에 달한다. 복지부는 의대교수협의회 및 각 의학회 등과 공식비공식적으로 6차례 만났고 전공의와도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비공개로 만났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준비 TF도 운영하고 의료개혁 정책토론회도 3차례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모든 대책은 정부가 홀로 마련한 것이 아니다라며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에서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이고 정부와 함께 논의해온 과제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개혁은 국민을 위한 정부의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문가가 늘어나면 시장이 더 커지고 산업 전체의 규모와 역량이 더 커진다면서 의료개혁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향상되고 엄청난 국부와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의료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 병원 관계자, 환자, 가족 그리고 전문가들의 도움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4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대표, 전문가들과 함께 개혁 과제를 깊이 논의할 것이라며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들도 참여해 투쟁이 아닌 논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의료현장을 떠난 의료진에게 돌아올 것을 호소하며 대통령이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을 논의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윤 대통령,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방문소아의료 현장 격려 국민 생명 위해예산 아끼지 않겠다윤석열 대통령은 3월 1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중증 어린이 환자의 진료현장을 살펴보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을 격려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방문은 의료개혁 4대 과제 발표 이후 첫 의료현장 방문으로 의사 집단행동 이후에도 묵묵히 소아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먼저 소아혈액종양병동 내 병원학교, 병실 등을 찾아가 환자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병원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여건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환자를 위해 애써주고 있어 감사드린다며 의료진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의 두 배를 넘는 동안 계속됐는데 윤 대통령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진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와 중증 진료 분야는 국가 안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쓰는 재정을 아까워해서는 안되듯이 국민 생명을 위해서도 예산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달라고 당부했다.

202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