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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경제·AI·인구구조 변화 공동 대응 의지 담아 문화창조산업 협력 첫 명문화

경주선언 등 3건의 문서 채택천년고도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1월 1일 폐막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 간 연대와 협력 정신을 복원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번영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담은 경주선언이 채택됐다. 이와 함께 APEC 역사상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공동 비전인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등 세 건의 문서를 채택시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APEC을 계기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 후속협의를 마무리 짓고 핵추진 잠수함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는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IMF), 뉴질랜드,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칠레, 캐나다, 태국, 필리핀, 호주 등과 연쇄 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과 공조를 약속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대표와 만나 2031년까지 인천경기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받기로 합의했다.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에서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확보와 함께 AI 컴퓨팅 인프라 대폭 확대에 뜻을 모았다. 정부는 소버린 AI(주권형 AI) 구축을 위해 2030년까지 GPU 총 30만 장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아태 경제 번영 위한 협력 토대 마련경주선언은 먼저 올해 APEC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무역투자, 디지털혁신, 포용적 성장 등 APEC의 핵심 현안에 대한 주요 논의를 포괄해 담았다. 또 AI 협력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대한 회원들의 공동 인식과 협력 의지를 집약했다. 대통령실은 경주선언은 국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21개 회원이 무역을 비롯한 주요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포괄적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APEC 회원들은 연대와 협력정신을 복원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경주선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우리는 글로벌 무역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이어 AI와 같은 혁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노동시장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는 APEC 회원들에 중대한 장기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특히 견고한 무역 및 투자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과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공동 인식을 재확인한다며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경제 협력을 계속해서 심화시켜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논의를 포함해 시장 주도적인 방식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주선언은 2020년에 자유무역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지지를 명시한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재확인하며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고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2040년까지 실현한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한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반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의 핵심 요소로서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교란의 영향을 완화하고 거래 비용을 낮추며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역내 및 글로벌 연계성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컬처, 아태 지역 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이와 함께 문화창조산업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인정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명문화했다. 이는 문화창조산업을 명시한 APEC 첫 정상 문서다. 대통령실은 향후 K-컬처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상들은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도 채택했다. AI 이니셔티브는 모든 회원이 AI 전환 과정에 참여하고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AI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촉진과 역량 강화, 혜택 확산, 민간의 회복력 있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APEC 역사상 최초로 명문화된 AI 공동비전이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AI에 관한 최초의 정상급 합의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대통령실은 AI 기본사회 구현과 아시아태평양 AI센터 설립 등 우리 정부의 AI 기본정책과 실질적 AI 협력 방안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역내 공통 도전 과제라는 인식에 따라 마련됐다. 문서에는 회복력 있는 사회시스템 구축과 인적자원 개발의 현대화, 기술기반 보건돌봄 서비스 강화, 모두를 위한 경제역량 제고, 역내 대화협력 촉진 등 5대 중점 분야별 정책방향과 협력 방안이 제시됐다. 대통령실은 이 프레임워크 채택을 통해 미래세대 고용 및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인구구조 변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협력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26년 APEC 인구정책포럼을 열어 이 분야에 대한 역내 협력과 정책 연계 강화를 지속 선도해나갈 예정이다. 21개 회원 협력의 방향성 제시이재명 대통령은 11월 1일 이 같은 2025년 APEC 정상회의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내 마련된 APEC 정상회의 국제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회의를 끝으로 올해 APEC 회의는 마무리됐다며 지난 1년간의 치열한 토론과 정상회의 기간 내 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동의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APEC의 역사적 여정과 언제나 함께해왔다. 2005년 의장국을 맡아 부산 로드맵을 채택했고 올해는 경주선언으로 회원 간 협력을 호언했다며 AI 이니셔티브 및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통해 인류 공동의 도전 과제를 함께 해결할 주체로 APEC의 지평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세 가지 문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APEC 경제지도자들의 의지가 함께 모였기에 가능했던 성과라며 향후 APEC이 나아갈 길을 분명히 제시할 것으로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의장국인 중국을 포함해 모든 APEC 회원이 경주에서 모은 의지를 행동으로 이어가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신임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을 두고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잘 협력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있는 문제는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손을 잡고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메이커 역할 계속할 것대북관계에 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거론하면서 억지력과 대화, 타협, 설득 그리고 공존과 번영의 희망이 있어야 비로소 평화와 안정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보다 북측의 적대적 표현의 정도가 많이 완화됐지만 남북 간 대화만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중이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미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잘하도록 하는 게 대한민국의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라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은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놓고도 한중은 여러 부문에서 경쟁하는 관계기도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협력하는 관계기도 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동서양 아우른 요리로 식탁 외교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K-컬처가 각국을 잇는 문화적 가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은 10월 31일 라한셀렉트경주 대연회장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21개 회원 및 초청국 정상 내외를 비롯해 국제기구 대표, 글로벌 CEO, 국내외 주요 인사 등 약 400명을 초청해 공식 환영 만찬을 개최했다. 이번 만찬은 세계적인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의 지휘로 한식과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메뉴를 선보였다. 메뉴에는 경주산 식재료를 활용한 나물비빔밥과 갈비찜 등 한국 고유의 맛을 담은 한식과 파이캐러멜 디저트 등 서양식 요리가 어우러졌다. 만찬 후에는 나비, 함께 날다를 주제로 한 문화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은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3막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 속에서도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메시지를 한국의 문화와 기술로 표현했다. 사회는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맡았다. 그는 현재 국방부 근무지원단에서 복무 중이다. APEC 환영 만찬에서 현역 아이돌 그룹 멤버가 사회를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각국 정상들 사로잡은 지드래곤 파워이날 만찬 축하공연 무대는 APEC 공식 홍보대사인 지드래곤이 등장하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지드래곤은 2025 APEC 코리아 홍보대사 가수 지드래곤입니다라는 짧은 소개 후 진주 장식 끈이 달린 갓 형태의 중절모에 정장 차림으로 솔로곡 파워 등을 열창했다. 지드래곤 외에도 어린이 합창단과 댄서 허니제이리정, 11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아 등 다양한 한국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어린이 합창단의 무대에서는 드론으로 만든 나비 모형이 날갯짓하듯 장내를 가로지르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아 양의 연주에 사족보행 로봇이 춤을 추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11월 1일 이 대통령을 비롯한 21개국 정상들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APEC 폐막식에서 옥색 목도리를 두른 채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대통령실은 옥색은 우리 가곡 그네의 가사 세모시 옥색 치마에 등장하는 친근한 색으로 회복과 성장, 평화를 의미하는 고귀한 색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전통 한복의 목도리를 현대적 숄 형태로 재해석한 소품으로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짠 전통 직물 갑사(甲紗) 원단을 사용했다. 목도리에는 이번 APEC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상징하는 한글 자모와 나비 모양의 엠블럼을 금박 기법으로 입혔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한지로 제작한 상자에 목도리를 담아 각국 정상에게 선물했다고 전했다. 강정미 기자

커버스토리 K-문화외교 APEC을 사로잡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외교 슈퍼위크가 끝났다. APEC 회원 및 초청국 정상, 국제기구 대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은 경북 경주에 집결해 글로벌 외교 무대를 펼쳤다. 2025년 APEC 정상회의 참석자이기에 앞서 손님인 이들은 한국을 맛보고 듣고 느끼고 즐겼다. 이들에게 축적된 한국적 경험과 한류에 대한 호감은 측량하기 힘든 또 다른 외교 성과다. 슈퍼위크를 빈틈없이 채운 문화푸드콘텐츠뷰티 외교의 장면들을 되짚어본다. K-문화외교천마총 금관 모형의 왕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빼앗았다. 문화재 복제 장인이 특별 제작한 이 선물은 국빈으로 한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 선호 취향을 저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서훈한 것도 화제였다. 어깨에 거는 정장, 가슴에 다는 부장, 목에 거는 경식장, 옷깃에 다는 금장 등으로 구성된 무궁화대훈장을 수훈한 것은 미국 대통령 중 처음이다. 한국조폐공사가 만든 이 훈장에는 금 190돈(712.5g), 은 110돈(412.5g), 루비와 자수정, 칠보 등이 재료로 쓰였다. 두 선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나 아름다운 선물이다. 당장 착용하고 싶을 정도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행원에게는 백악관 박물관 제일 앞줄에 전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10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경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에게 전날 받은 훈장과 금관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실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 간 주고받은 선물은 관례적으로 외교 행낭으로 전달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요구로 한바탕 긴급 공수작전이 벌어졌다.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바둑판도 화제가 됐다. 60년 이상 바둑판을 제작해온 장인 기업 6형제바둑에서 특별 제작한 본비자 바둑판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최고급 재료로 꼽히는 비자나무를 10년 이상 자연 건조해 만드는데 10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중국 바둑계의 대부로 꼽히는 녜웨이핑 9단에게 별도 과외를 받을 정도로 바둑광인 시 주석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이었다. 이 대통령 역시 인터넷 바둑 아마추어 5단 실력의 애기가(愛棋家)를 자처할 만큼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과거 바둑TV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에도 고무신을 잘라 바둑돌 대신 썼다는 비화를 밝힌 적이 있다. 시 주석에게 바둑판을 선물하면서 손으로 바둑판을 두드려 소리를 들려준 것도 바둑 애호가끼리 통하는 무언의 자랑이었다. 이 대통령이 11월 1일 경주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 국빈 만찬에 이창호 9단을 초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2014년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당시 시 주석은 오늘 오신 손님 중 모두 잘 모르겠지만 딱 한 사람 내가 잘 아는 분이 있다며 이창호 9단을 지목한 바 있다. K-푸드 외교시 주석의 마음을 녹인 선물은 바둑판뿐만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바로 경주 특산품이자 APEC 2025 KOREA 공식 협찬사 황남빵의 황남빵이다. 10월 31일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황남빵 맛있게 먹었다고 언급했다. 전날 경주의 맛을 즐기시길 바란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받은 황남빵을 맛보고 만족감을 표한 것이다. 시 주석의 호평에 이 대통령은 모든 APEC 회원 대표단에게도 경주 황남빵 선물을 지시했고 예상하지 못한 대량 주문에 경주 황남빵 본점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939년 경주 황남동에서 처음 만들어진 황남빵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 브랜드이자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장수기업이다. 시 주석 효과는 벌써부터 뜨겁다. 시 주석이 호평한 간식을 맛보기 위해 황남빵 본점을 찾은 관광객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K-주전부리의 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파리바게뜨의 안녕샌드도 APEC 정상회의를 찾은 기자단과 국빈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버터쿠키 사이에 조청 캐러멜, 통들깨, 마카다미아를 넣은 이 제품은 안녕이라는 한글 인사말과 전통 문양을 새겨 동서양의 감성을 담았다. 파리바게뜨는 APEC 공식 협찬사로 카페테리아를 운영했는데 행사 기간 안녕샌드를 찾는 발길이 줄을 이었다. 푸드 외교의 꽃이자 정상 외교의 하이라이트는 정상 만찬이었다. 이번 정상회의 만찬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를 통해 이름을 알린 에드워드 리가 총괄 셰프를 맡아 롯데호텔서울과 함께 상을 차렸다. 에드워드 리 총괄 셰프는 전통적인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또 혁신적으로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롯데호텔서울 측은 대한민국 조리명장 김송기 총괄 셰프를 비롯해 다수의 조리기능장을 투입, 만찬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공식 환영 만찬 메뉴는 한국과 경주의 정체성을 담아내면서도 재료 본연의 색감과 식감을 조화롭게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APEC 행사 취지에 걸맞게 화합과 조화를 내세운 음식의 구성이 호평의 주된 이유였다. 감과 연두부, 잣, 게살 등이 어우러진 샐러드로 시작한 만찬은 완도산 전복을 곁들인 경주 천년한우 갈비찜, 곤달비나물 비빔밥, 순두부탕으로 이어졌다. 디저트는 구운 잣 파이와 함께 된장소스를 활용한 독창적인 된장 캐러멜 인절미가 올랐다. 디저트를 담은 자개함은 기념품으로 증정됐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식사 메뉴에도 역시 화합을 담아냈다. 한미 정상의 식탁에는 경주 햅쌀과 미국산 갈비, 국산 해산물에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 등 한미 양국 동맹의 의미를 담았다. 시 주석과의 국빈 만찬에선 닭강정과 마라소스 전복 등 한식중식을 아우르는 메뉴를 선보였다. 후식으로는 삼색 매작과 등 한중 문화교류와 수교 33주년을 상징하는 음식을 내놨다. 특별 초청국으로 참가한 아랍에미리트(UAE) 대표단의 볶음김치 사랑도 화제가 됐다. UAE 왕실과 대표단이 머문 부산 기장군 아난티 코브 관계자는 대표단 측이 볶음김치에 어떤 비밀 재료가 들어가나라고 물어서 담당 직원이 정성(a lot of heart)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UAE 대표단은 볶음김치를 본국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호텔 측은 대량으로 진공 포장해 선물로 줬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K-콘텐츠 외교K-팝이 완성한 황금 혼문(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악귀를 막는 힘)의 기운은 경주로 이어졌다. APEC 정상회의 만찬장 사회자인 가수 겸 배우 차은우 일병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건 가수 지드래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진우처럼 갓을 쓰고 나온 지드래곤이 자신의 히트곡 파워, 홈 스위트 홈, 드라마를 연달아 부르자 각국 정상과 영부인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들어 촬영하기 시작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찍은 영상을 올리며 말레이시아의 K-팝 팬들이 요청해서 공연 장면을 공유합니다 #kpopforever라는 멘트를 남겼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도 직캠 영상을 올렸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도 지드래곤을 두고 K-팝의 왕이라며 콘서트 맨 앞줄에 앉았습니다라는 자랑 글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남겼다. 이날 축하 공연에는 지드래곤 외에도 케데헌에 안무가로 참여한 리정, 스트릿 우먼 파이터 우승자인 댄서 허니제이, 11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연아 등이 참여했다. K-콘텐츠 외교는 만찬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10월 29일 열린 APEC CEO 서밋에선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기조연설을 했다. 올해 처음으로 문화산업이 APEC의 핵심 의제로 격상된 것에 대해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자부심과 기대감을 느낀다고 운을 뗀 RM은 K-팝의 정체성을 비빔밥에 비유하며 서로 다른 요소들이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결과물이 된다고 말했다. 11월 1일에는 시 주석이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이 알려지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K-뷰티 외교수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뷰티도 경주에서 제 몫을 했다. 방한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선물은 한국 화장품이었다. 평소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쓰며 한국 드라마도 본다면서 K-푸드K-콘텐츠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동행한 트럼프의 입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누리소통망에 한국 화장품 발견템(South Korea skincare finds)이라는 글과 함께 다양한 한국 화장품을 구매한 인증샷을 올렸다. 레빗 대변인이 직접 경주 황리단길 올리브영 황남점을 방문해 구매한 화장품 13종은 모두 한국 제품이었다. 팔로워 수가 258만 명에 달하는 레빗 대변인의 인증샷 덕에 미국 내 K-뷰티 인지도가 더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대변인 방문 이후 올리브영 황남점은 APEC 기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다이애나 폭스 카니 캐나다 총리 부인은 10월 30일 김혜경 여사를 만나 딸이 K-화장품을 갖고 싶어해서 올리브영에서 사올 리스트를 받아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K-뷰티를 체험할 수 있는 경주 황룡원 K-뷰티 파빌리온에도 참석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곳을 방문해 직접 한국 화장품을 체험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방문객의 피부색과 맞는 화장품을 현장에서 제조했고 LG생활건강은 글로벌 정상들의 배우자를 위한 선물로 최고급 제품인 더후 환유고를 제공했다. APEC은 끝났지만 K-웨이브는 계속된다경주 밖에서도 민간 외교가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10월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화제가 된 것은 만남의 장소인 강남 한복판의 깐부치킨 삼성점이었다. 이들의 치맥 회동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글로벌 거물 CEO들이 야무지게 치킨을 뜯고 폭탄주 러브샷을 즐겼다. 가게 안팎 손님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치킨을 나눠주고 사인을 부탁하는 한 어린이에게 효자 되세요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달궜다. 흥이 오른 황 CEO가 오늘 이 자리는 모두 공짜(Everybody, dinner is free)라며 골든벨을 울렸고 이 회장과 정 회장이 가게 손님들의 음식값을 결제해주는 훈훈한 모습으로 이어졌다. 치맥 회동 2차는 무대 위였다. 총수 삼인방은 인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이 회장은 자신을 촬영하는 관객들을 보며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제가 이래 보여도 여기서 막내라고 운을 뗀 정 회장은 아들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너무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 했다며 게임 이력을 밝히기도 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1996년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 사연을 공개하며 그 편지 때문에 내가 한국에 오게 됐다. 그분이 말한 모든 비전이 지금 한국에서 현실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황 CEO가 한국에 바치는 애정과 헌사는 이날 깐부 회동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 정부와 국내 4개 기업에 총 26만 장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을 공급한다는 소식을 알린 10월 31일 유튜브 공식 계정을 통해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의 3분 16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황 CEO는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기적이 계속되는 바로 이곳, 한국에서라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영상은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55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APEC 슈퍼위크는 대한민국과 한류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전 세계를 향한 홍보의 장이자 국민을 위한 자부심의 장이었다. K-팝의 영향력은 K-뷰티와 K-푸드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의 영역으로 확산됐다. 혁신과 역동성을 갖춘 기술경제 강국은 이제 흥과 매력을 발산하는 콘텐츠 강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APEC은 끝났지만 K-웨이브는 계속된다. 홍성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간지 기자.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으로 불리며 책 그거 사전을 썼다.

정책플러스 “AI 고속도로 구축 도약과 성장의 미래 열어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직접 설명드리게 돼서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예산안 설명에 앞서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국회의 협력에 힘입어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의 번영과 교류 협력을 주도하는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APEC 정상회의 최초로 인공지능(AI)과 저출생고령화 등 인류가 공동으로 직면한 도전과제를 함께 풀어가기로 합의했고 문화창조산업을 APEC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명문화함으로써 향후 K-컬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공고히 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경주선언을 이끌어내면서 대한민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교류와 번영, 역내 평화 증진을 위한 역할을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APEC 정상회의 주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습니다.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대미 투자패키지에는 연간 투자상한을 설정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한중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로 다시 합의했습니다.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오늘은 제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지 정확히 5개월째 되는 날입니다.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상황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는 무려 1.2%로 반등하고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가지수도 4000을 돌파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협력으로 주가를 옥죄던 지정학적 리스크, 지배구조 리스크, 시장 투명성 리스크가 일부 개선되고 인공지능 등 산업경제 정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 덕분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만족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반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전환해왔던 것처럼 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입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지겠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습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서 도약과 성장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입니다.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성과저효율 지출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 원의 지출을 삭감했고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께서 제대로 감시하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2026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 미래 성장과 재정의 지속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내년 예산안의 중점 방향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인공지능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습니다.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이는 올해 예산 3조 300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2조 6000억 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인공지능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 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피지컬 인공지능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 투자하겠습니다.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하겠습니다. 이 예산으로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인공지능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RD실증 추진을 통해 인공지능 기반 지역 혁신을 촉진하겠습니다.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인공지능 적용을 지원하고 복지고용, 납세, 신약 심사 등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인공지능 도입을 확산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인재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습니다.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 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 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습니다.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000억 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습니다.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화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K-컬처 투자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K-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 원 확대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고 청년 창작자가 생계 부담 없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한류와 연계한 K-푸드K-뷰티 붐업을 위해 수출바우처와 융자지원을 대폭 확대해 생산판매유통 등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지원을 강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방위산업의 판도도 바꾸고 있습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과 RD 투자로 방위산업을 인공지능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재래식 무기체계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개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하게 전환해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습니다.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우리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습니까. 둘째, 취약계층의 생활을 두텁게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새로운 기술 발전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만 한편으로는 격차가 커지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입니다.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서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해 생계급여를 4인가구 기준 매월 200만 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장애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해 자립과 사회 참여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습니다. 각종 사고와 재해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하고 일터지킴이를 신설해 산업재해 사고 발생에 적극 대처하겠습니다. 건설조선업 등의 산재 빈발 업종은 현장을 상시 점검할 것입니다. 1만 7000개소의 영세사업장과 건설현장에는 안전시설 확충도 지원할 것입니다.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전년 대비 1조 8000억 원을 증액한 총 5조 5000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생계와 생명의 위기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통한 END 이니셔티브로 평화 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의 새 시대를 확실히 열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애주기별 촘촘한 지원과 함께 균형발전에도 적극 나서겠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습니다. 출생률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2026년 만 8세 이하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나가겠습니다.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서 저소득 청년이 저축을 하는 경우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 적립해 청년의 자산 형성도 돕겠습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불편함 없이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노인 일자리도 110만 명에서 115만 명으로 확대해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겠습니다.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대중교통 정액 패스를 도입해 교통비 부담도 대폭 낮출 것입니다. 경영안정바우처 지급과 24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도 확실히 하겠습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습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서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노인 일자리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그 외에도 재정이 수반되는 국가사업 시행 시에는 지방우선, 지방우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인구감소지역 주민께는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해 거점국립대를 지산학연 협력의 허브로 육성하고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아우르는 패키지형 지원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지방정부가 여건에 맞게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보조 규모도 10조 6000억 원으로 기존보다는 3배가량 대폭 확대해서 지방정부 행정의 자율성을 확실히 제고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궈온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내년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해낸 우리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대한국민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습니다.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2026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서 신속하게 확정될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11월 4일 대통령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