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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유연하게 에너지 새 판 짜기 ‘K-차세대 전력망’ 속도 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44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0.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변화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맞물리며 경제의 성장엔진이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급변하는 기술 패러다임에 대응해 미래 신성장 경쟁력과 초혁신기술을 확보하는 선도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산업 전반의 체질 전환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전기의 시대다. 이제 전력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에너지로 부상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지고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기술 발전과 경제성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전기화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지역의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하는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전력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생존을 건 에너지 새 판 짜기가 시작된 것이다. AI로 제어하는 분산형 전력망이 같은 전력 체계 전환의 필요성을 국가 성장전략으로 구체화한 것이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된 차세대 전력망 과제다. 정부는 2025년 9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추진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2025년 11월 세 번째 계획을 내놓으며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 번째 발표에서는 기후에너지미래대응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태양광, 차세대 전력망, 해상풍력, HVDC(고압직류송전방식) 그린수소,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6개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은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분산 에너지를 AI 기술로 통합 제어해 생산저장소비 전 과정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 즉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핵심으로 한다. 전국 단위의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전력 계통의 뼈대라면, 차세대 전력망은 지역 단위에 촘촘한 소규모 전력망을 배전망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작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활용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전기 시장이 소수대형에서 다수소형 구조로 재편되는 만큼 더 유연하고 지능적인 전력망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세계 각국이 전력망 투자에 과감히 나서는 가운데 정부도 전력망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전남에서 실증, 한전공대 오픈 캠퍼스로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지산지소(지역생산지역소비)를 기반으로 지역별 전력수급 균형을 도모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전력망 현대화 추세를 기회로 삼아 차세대 전력망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차세대 전력망 실증 사업을 전남에서 추진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남은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계통 포화로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잦은 곳이다. 동시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광주과학기술원 등 관련 연구기관과 한전, 전력거래소 등 공기업이 밀집해 있고 철강화학조선 등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대규모 실증에 유리하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망 실증에 유리한 광역 단위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한다. 이 지역에는 전기사업법과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전력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우고 지역 발전사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다양한 형태의 전기요금제가 등장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마이크로그리드 등 차세대 전력망의 핵심 기술개발 사업도 새로 추진한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산업단지, 대학캠퍼스, 공항, 군부대 등에 맞춤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다양한 기술을 폭넓게 실증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철강 업종이 주력 산업인 산업단지에는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잉여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공정에 활용한다. 석유화학 업종이 많은 산업단지에는 공장 유휴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잉여 전력을 열로 변환하거나 공장 폐열을 활용해 전력 생산을 시도한다. 한전공대는 에너지 기업,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오픈 캠퍼스로 운영된다. 한전공대광주과기원전남대학교는 공동 연구와 연구장비 공동 활용, 기술 창업 협력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창업 인큐베이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이를 통해 청년은 창업에 전념하고 에너지 스타트업은 에너지 기업, 대학과 협력하는 K-GRID 인재창업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망으로 지역 에너지 분권화에도 속도를 낸다. 유럽에서 마을 협동조합이 마이크로그리드를 공동 설치하고 지역 발전에 활용한 사례처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보급과 이익 공유 시스템으로 에너지 취약 지역을 RE100(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마을로 전환하는 모델을 확산해 나간다. K-GRID 인재ㆍ창업 밸리 조성 계획도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뒷받침할 혁신적 전력시장 개편도 병행한다. 분산 자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민간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 구조를 단계적으로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3월부터 호남 지역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의 시장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봄가을 출력 감소를 조건으로 추가 정산금을 지급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를 시범운영한다. 정부는 2028년까지 제주에서 시범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을 육지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은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가격을 미리 정해 거래하는 제도다. 이어 2029년 이후에는 예비력 시장 도입도 검토한다. 예비력 시장은 발전설비 고장이나 기상 변화 등으로 전력 수급이 갑자기 흔들릴 때를 대비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분산 자원에 보상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관련 현장 소통에도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10월 27일 한전공대에서 K-그리드 인재창업밸리 조성을 주제로 에너지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원주 기후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 에너지 스타트업과 대학 창업 기업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해 차세대 전력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장에서는 AI를 적용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과 통합발전소(VPP) 기술개발, 전력수요 관리 기술, 차세대 장주기 ESS 기술 등 다양한 창업 아이템이 소개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전력망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과 스타트업-투자가 연계행사, 해외진출 지원,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망 사업 전담 추진 체계도 마련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 주재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을 구성해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기업, 대학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협의체를 운영한다. 추진단은 차세대 전력망 사업 집행 계획을 조율하고 추진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규제 철폐와 기업 애로 해소를 전담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다. 이근하 기자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 회의 전기가 생존 조건이되는 시대 차세대 전력망 필수산업통상부는 2025년 7월 3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이 논의된 이후 8월 8일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 1차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해당 회의는 정부 조직개편 이전으로 당시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했다. 1차 회의에서는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망 건설 수요가 대폭 늘고 있지만 지역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 전력망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뿐 아니라 지역과 민간이 협력해 신속한 기술 개발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에너지 스타트업과 인재 육성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차세대 전력망 관련 기술과 산업생태계를 성장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이호현 산업부 2차관은 지금은 전자생존, 즉 전기가 생존 조건이 되는 시대라며 더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전력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단위의 촘촘한 소규모 전력망을 구축하고 통합하는 전략으로 전력망을 새롭게 설계하고 전력시장에서 통합 발전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공공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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