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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력 수요 폭증 시대의 생존 전략 차세대 전력망이 전기의 길을 바꾼다”

김희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가 말하는 차세대 전력망그동안 전력망은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선로를 통해 소비지로 보내는 중앙집중형 구조를 전제로 구축돼 왔다. 발전과 송전, 소비의 흐름이 비교적 단순했던 시기에는 대규모 발전소와 중앙집중형 계통이 효율적인 선택지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전력 수요의 구조적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존 전력망 체계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태양광풍력처럼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전원이 늘고 있고, 데이터센터반도체공장전기차 등 고전력 소비 설비가 확산하면서 전력망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운영 환경에 놓였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은 단순히 송배전 설비를 늘리는 사업이 아니다. 전기를 생산해 보내고 소비하는 기존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관리 자원 등 곳곳에 흩어진 전원을 하나의 체계로 묶고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력의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낮추는 동시에 전력망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정책의 핵심 목표다. 전력망이 복잡해지면 연구의 관점도 달라진다. 전기공학 중심의 접근에서 나아가 네트워크 과학과 복잡계 과학 등 통계물리 기반의 이론적 틀로 전력망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다. 김희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차세대 전력망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K-GRID 인재창업 밸리 조성 사업의 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차세대 전력망은 과연 무엇을 바꾸게 될까. 기술의 의미와 작동 방식, 실제 구현 과정에서 뒷받침돼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그리고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변화는 무엇인지 김 교수에게 물었다. 차세대 전력망은 왜 필요한가요?화석연료 위주의 발전을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면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는 환경 훼손을 줄이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발전량을 사람이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태양광은 햇빛의 세기에 따라 풍력은 바람의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데 이를 간헐성 문제라고 합니다. 전기가 일정하게 생산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급격히 늘거나 줄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전력망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전력 시스템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망이 필요해진 겁니다. 차세대 전력망은 기존 전력망과 무엇이 가장 다릅니까?본질은 전력망을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력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던 구조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저장됐다가 다시 공급되는 양방향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 스마트그리드가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전력 흐름과 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개념이었다면, 차세대 전력망은 이를 한층 확장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 ESS 같은 기술을 유기적으로 접목해 탈탄소와 분산형 전력망 전환을 추진하는 체계입니다. VPP와 ESS는 차세대 전력망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ESS를 가장 쉽게 설명하면 전력망의 보조배터리입니다. 건물 옥상에 물탱크를 설치해 물을 저장해뒀다가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남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해줍니다. VPP는 일종의 지휘자 역할을 합니다. ESS와 태양광, 전기차 등 전기를 생산하거나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통합해 언제, 얼마만큼의 전력을 공급할지 조율합니다. 분산 자원을 통합 운영하려면 판단과 예측이 중요할 텐데요. 그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기술이 AI입니다. AI의 강점은 일일이 해석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고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기존 방식만으로는 언제 얼마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학습시키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AI는 전력 소비 예측에도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대형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날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현상처럼 사회적 이벤트까지 사전에 학습해 수요 변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설비 고장을 미리 감지하거나 유지보수 시점을 예측하는 등 전력망 운영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고요. 정부가 전남을 차세대 전력망 실증 지역으로 우선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왜 전남인가요?전남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태양광은 일사량이 풍부하고 넓은 평야지대가 형성돼 있어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기에 유리하고 서해안을 따라 바람 자원이 풍부해 해상풍력 여건도 뛰어납니다. 차세대 전력망을 구현하려면 기술 외에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요?전력 기술 개발 자체는 이전부터 꾸준히 이뤄져 왔습니다. 최근 달라진 점은 AI 활용이 본격화됐다는 것이죠. 연구자 입장에서 특히 중요하게 느끼는 부분은 데이터입니다. 전력 생산과 소비 흐름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기반이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데이터 확보만이 유일한 과제는 아닙니다. 전력 시스템이 변화하면서 전기요금을 사용자별로 다르게 설계할 수 있을지, 개인이 전기를 생산해 사용하고 남은 전력의 거래 방식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정책적인 논의도 함께 진전돼야 합니다. 결국 차세대 전력망은 기술과 제도, 시장, 데이터 활용 환경이 맞물려 발전해야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전력망이 도입되면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변화는 무엇일까요?지금처럼 전기를 불편 없이 계속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게 당연한 일은 아니거든요. 우리나라는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하는데 그만큼 상당한 비용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환경이 크게 달라집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이 계속 늘고 일상에서도 가스레인지는 인덕션으로, 자동차는 전기차로 바뀌는 등 전기 소비가 훨씬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차세대 전력망은 이런 변화에도 대규모 정전이나 공급 불안을 최소화해 국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청정에너지를 활용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사용 환경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재생에너지를 도입해 부수적인 수익을 얻는 이른바 햇빛 연금이나 V2G(Vehicle To Grid전기차와 전력망이 전력을 주고받는 기술)를 통해 전기요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V2G를 언급했는데요. 어떻게 전기차로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나요?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는 아니지만 개념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방식입니다. 전력망 입장에서 보면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이 많을수록 운영이 수월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전기차는 하나의 움직이는 보조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전력 수요가 높을 때는 차량에 저장된 전기를 일부 전력망에 공급하고 태양광 발전이 많은 시간대에는 다시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전력망 운영에 기여하는 만큼 전기차 이용자에게 요금 할인이나 보상을 제공하는 거죠. 차세대 전력망이 자리 잡으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일반적인 IT 서비스 산업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아이디어만으로 빠르게 창업하는 모델과 달리 전력 분야는 실제 기술과 장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전력 산업에서의 창업은 기술 개발과 정책 지원이 함께 이뤄질 때 현실적인 기회가 생긴다고 봅니다. 차세대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고 송전망 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데이터센터가 이전하거나 새롭게 조성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AI 기반 산업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 인구가 유입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은 단순히 전기를 효율적으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성장과 지역 활성화를 함께 끌어가려는 종합적인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세대 전력망 연구에서 교수님이 주목하는 관점은 무엇인가요?전기공학에서 다뤄온 전력망의 단면이 아니라 전력 시스템 전체를 하나의 물리적인 개체로 보고 접근합니다. 전력망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기존 방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점에서 시스템을 이해하고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근하 기자

커버스토리 똑똑하고 유연하게 에너지 새 판 짜기 ‘K-차세대 전력망’ 속도 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44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0.7%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변화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이 맞물리며 경제의 성장엔진이 둔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급변하는 기술 패러다임에 대응해 미래 신성장 경쟁력과 초혁신기술을 확보하는 선도경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산업 전반의 체질 전환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전기의 시대다. 이제 전력은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에너지로 부상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50년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탄소중립 요구가 높아지고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기술 발전과 경제성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전기화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지역의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하는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전력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생존을 건 에너지 새 판 짜기가 시작된 것이다. AI로 제어하는 분산형 전력망이 같은 전력 체계 전환의 필요성을 국가 성장전략으로 구체화한 것이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된 차세대 전력망 과제다. 정부는 2025년 9월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추진 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2025년 11월 세 번째 계획을 내놓으며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 번째 발표에서는 기후에너지미래대응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태양광, 차세대 전력망, 해상풍력, HVDC(고압직류송전방식) 그린수소,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6개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은 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분산 에너지를 AI 기술로 통합 제어해 생산저장소비 전 과정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 즉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핵심으로 한다. 전국 단위의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는 에너지 고속도로가 전력 계통의 뼈대라면, 차세대 전력망은 지역 단위에 촘촘한 소규모 전력망을 배전망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작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전력은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활용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발전기 시장이 소수대형에서 다수소형 구조로 재편되는 만큼 더 유연하고 지능적인 전력망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세계 각국이 전력망 투자에 과감히 나서는 가운데 정부도 전력망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전남에서 실증, 한전공대 오픈 캠퍼스로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시스템을 갖추고 지산지소(지역생산지역소비)를 기반으로 지역별 전력수급 균형을 도모한다. 또한 전 세계적인 전력망 현대화 추세를 기회로 삼아 차세대 전력망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차세대 전력망 실증 사업을 전남에서 추진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남은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나 계통 포화로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가 잦은 곳이다. 동시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이하 한전공대), 광주과학기술원 등 관련 연구기관과 한전, 전력거래소 등 공기업이 밀집해 있고 철강화학조선 등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한 대규모 실증에 유리하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망 실증에 유리한 광역 단위 지역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한다. 이 지역에는 전기사업법과 전력시장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적용할 계획이다. 전력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우고 지역 발전사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다양한 형태의 전기요금제가 등장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과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마이크로그리드 등 차세대 전력망의 핵심 기술개발 사업도 새로 추진한다.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산업단지, 대학캠퍼스, 공항, 군부대 등에 맞춤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다양한 기술을 폭넓게 실증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철강 업종이 주력 산업인 산업단지에는 재생에너지 단지를 조성하고 잉여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공정에 활용한다. 석유화학 업종이 많은 산업단지에는 공장 유휴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잉여 전력을 열로 변환하거나 공장 폐열을 활용해 전력 생산을 시도한다. 한전공대는 에너지 기업, 연구기관,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오픈 캠퍼스로 운영된다. 한전공대광주과기원전남대학교는 공동 연구와 연구장비 공동 활용, 기술 창업 협력을 통해 에너지 신산업 창업 인큐베이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이를 통해 청년은 창업에 전념하고 에너지 스타트업은 에너지 기업, 대학과 협력하는 K-GRID 인재창업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망으로 지역 에너지 분권화에도 속도를 낸다. 유럽에서 마을 협동조합이 마이크로그리드를 공동 설치하고 지역 발전에 활용한 사례처럼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보급과 이익 공유 시스템으로 에너지 취약 지역을 RE100(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마을로 전환하는 모델을 확산해 나간다. K-GRID 인재ㆍ창업 밸리 조성 계획도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뒷받침할 혁신적 전력시장 개편도 병행한다. 분산 자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민간 투자가 유입될 수 있도록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장 구조를 단계적으로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3월부터 호남 지역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의 시장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봄가을 출력 감소를 조건으로 추가 정산금을 지급하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제도를 시범운영한다. 정부는 2028년까지 제주에서 시범운영 중인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을 육지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입찰 시장은 전력시장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과 가격을 미리 정해 거래하는 제도다. 이어 2029년 이후에는 예비력 시장 도입도 검토한다. 예비력 시장은 발전설비 고장이나 기상 변화 등으로 전력 수급이 갑자기 흔들릴 때를 대비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분산 자원에 보상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관련 현장 소통에도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5년 10월 27일 한전공대에서 K-그리드 인재창업밸리 조성을 주제로 에너지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원주 기후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 에너지 스타트업과 대학 창업 기업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해 차세대 전력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장에서는 AI를 적용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과 통합발전소(VPP) 기술개발, 전력수요 관리 기술, 차세대 장주기 ESS 기술 등 다양한 창업 아이템이 소개됐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전력망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과 스타트업-투자가 연계행사, 해외진출 지원,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차세대 전력망 사업 전담 추진 체계도 마련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 주재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을 구성해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기업, 대학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협의체를 운영한다. 추진단은 차세대 전력망 사업 집행 계획을 조율하고 추진 상황을 공유하는 한편, 규제 철폐와 기업 애로 해소를 전담하는 창구 역할을 맡는다. 이근하 기자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 회의 전기가 생존 조건이되는 시대 차세대 전력망 필수산업통상부는 2025년 7월 3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이 논의된 이후 8월 8일 차세대 전력망 추진단 1차 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해당 회의는 정부 조직개편 이전으로 당시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했다. 1차 회의에서는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력망 건설 수요가 대폭 늘고 있지만 지역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분산 전력망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뿐 아니라 지역과 민간이 협력해 신속한 기술 개발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와 함께 에너지 스타트업과 인재 육성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차세대 전력망 관련 기술과 산업생태계를 성장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이호현 산업부 2차관은 지금은 전자생존, 즉 전기가 생존 조건이 되는 시대라며 더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전력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단위의 촘촘한 소규모 전력망을 구축하고 통합하는 전략으로 전력망을 새롭게 설계하고 전력시장에서 통합 발전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공공기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플러스 “이제 대한민국의 시간 5대 대전환 통해 대도약”

이제 대한민국의 시간입니다. 1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취임 한 달 및 취임 100일 회견에 이은 임기 중 세 번째 기자회견으로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긴 이후 처음 열린 공식 회견이다.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을 주제로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경제, 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쏟아진 25개의 질문에 답하며 집권 2년 차 국정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다. 기자회견은 당초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긴 173분간 이어져 취임 이후 열린 기자회견 가운데 최장 기록을 세웠다. 취임 100일 회견(2시간 34분)과 취임 30일 회견(2시간 4분)을 모두 넘어선 것이다. 대한민국 성장 지도 다시 그릴 것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세계 질서가 거대한 전환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지금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바라보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열강에 둘러싸인 동방의 작은 나라도, 앞선 나라의 정답을 뒤따라가는 후발 주자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이자 불굴의 저력으로 민주주의의 빛나는 모범을 다시 세운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때 우리를 선도했던 많은 나라가 과거의 성장을 이끈 성공의 공식에 안주하며 저성장의 함정에 빠졌다면서 이는 결코 다른 나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역시 성공의 과거 공식에 매몰된다면 유사한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며 ▲지방 주도 성장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 ▲안전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 등 다섯 가지 대전환 길을 제시했다. 이는 새해 첫날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밝힌 내용으로 기존 성장 전략만으로는 미래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대전환을 통한 대도약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어 성장 전략의 대전환이란 단지 지방을 위해 떡 하나 더 주겠다거나 중소벤처기업을 조금 더 많이 지원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국정운영의 순위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재조정하고 정부가 지닌 자원과 역량을 완전히 재배치해 대한민국의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겠다는 야심 찬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지방 주도 성장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의 광역 통합은 반드시 성공해야 할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광역 통합의 방향이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치열한 토론으로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고 이를 위한 행정재정제도적 지원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기회와 과실을 고루 나누는 모두의 성장으로, 한쪽만 급격히 성장하고 다른 쪽은 침체되는 K자형 성장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이 막중한 과제를 해결할 주역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스타트업벤처기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마음껏 혁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벤처 열풍 시대를 만들어 함께 구체적인 정책들을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안전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은 국정의 핵심 원칙으로 더욱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며 근로감독관 3500명 증원, 일터지킴이 신설 등 안전한 작업 환경과 생명 존중을 위한 조치를 확고히 시행하고 필요하면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화가 이끄는 매력적인 성장과 관련해선 올해 9조 6000억 원까지 문화 예산이 대폭 늘어났지만 아직 문화 선진국이라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문화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미래 먹거리를 키우고 국가 브랜드까지 높이는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 성장을 위해 평화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는 창의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굳건한 한미동맹과 강력한 자주국방,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토대로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계속 내딛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섯 가지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의 미래를 선도할 강국으로 성큼 성장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결정적 순간을 대한민국 대도약의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난해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주어진 사명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민주권정부 제1의 국정운영 원칙은 오직 국민의 삶이고, 탈이념탈진영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우리의 방향이라며 국민의 삶을 저해하는 반칙과 특권, 불공정은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라도 단호히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 역시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며 단박에 완성되는 개혁이란 없다. 국민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고,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계속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통해 민생경제 청사진 제시이 대통령의 모두발언에 이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번째 질문은 고환율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대책이 있으면 이미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어서 우리 정책으로 쉽게 원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 당국에 따르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안정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발굴해내고 환율이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세제를 통해 집값을 잡는 방식은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며 세금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필요한 수단을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주 근본적인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것과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국토교통부를 통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예고한 반도체 관세 100% 부과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이 대통령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는 대한민국과 대만이 시장점유율 80~90%를 차지하는데 100% 관세를 올리면 미국 반도체 물가가 100% 오르는 결과가 올 것이라며 거의 대부분 미국 물가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만보다는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합의를 미리 해놨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개선 전략과 관련해선 지금 통일은커녕 전쟁하지 않으면 다행인데 그건 좀 뒤로 미루더라도 평화적 공존이 가능한 상황으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쌓인 불신과 적대 의식이 너무 커서 석 자 얼음이 어떻게 한 번에 녹겠느냐는 말이 남북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확실하다며 확고한 방위력과 억지력을 확보하고 그 기반 위에서 위협하는 게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의하고 존중하고 공생공영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비핵화해야 하는데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며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실용적으로 접근하자는 게 제 생각이다. 현실을 인정하되 이상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개혁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에 권력을 뺏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며 그건 수단과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짜 최종 목표는 국민의 권리 구제다. 국민의 인권 보호, 억울한 범죄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가해자 처벌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유튜버 2명에게 질문 기회도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독립언론을 참여시킨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청년 유튜버 2명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30 청년 금융경제 미디어채널인 어피티와 문화예술 분야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 운영자가 사전녹화 영상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박진영 어피티 대표는 질의 영상에서 우리는 8년간 청년들의 경제생활을 현장에서 목격해왔다며 최근 다시 높아지는 실업률, 늘어나는 쉬었음 청년 인구를 보면 현장 분위기는 무척 어둡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창업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라며 청년들이 경력 공백, 경험 공백에 좌절하지 않고 창업으로 넘어가는 방안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창업 초보 지식을 알려주는 창업사관학교, 창업 아이디어 대회, 동업자 시장 등을 거론하며 좋은 방법을 함께 논의해 가자. 재원은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오대우 널 위한 문화예술 대표는 어떻게 하면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과 같은 외부적 간섭을 차단하고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자유로움이 보장되지 않으면 문화예술은 질식해서 죽어버린다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