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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1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 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반려동물을 키우기 적합한 환경에 살고 있다. 잔디 마당이 딸린 제주 시골집에 혼 자 산다고 상상해보면 으레 개나 고양이 가 등장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이웃 주민이 얼마 없어 적막하기까지 한 시골 동네. 대문도 없고 집 둘레는 낮은 돌담으로 되어 있어 사실상 사방이 트여 있는 집. 사람이 소유한 집이라기보다는 자연을 잠시 빌려 쓰는 쪽에 가깝다. 동물 들의 왕래도 잦다. 때로는 집을 점유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도 매일 집 주변 을 살피는 내가, 공포 영화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는 내가 심장이 멎을 뻔한 일 이 있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거실에 앉 아 있는 나를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 이 들었다.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는 확신이 들어 주방 쪽 창 문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돌담 위에 올라선 검은 고양이가 노란색 눈으로 나 를 노려보고 있었다. 집에 등장하는 동물은 길고양이가 대 표적이다. 제주 중산간 지역에는 들개도 출몰한다고 하고, 들쥐와 뱀이 나온다고 고백하는 집주인도 있다. 참새와 멧비둘 기, 까치, 꿩, 매, 그밖에 이름 모를 새들 은 나를 철새 도래지로 소환하며 수시로 날아든다. 언제쯤 노루와 고라니, 멧돼지 가 집 앞에 나타날지도 알 수 없다. 동물들이 무섭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왜 동물들이 사람들이 사는 집 주변에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이유야 복합적이겠지만 핵심은 무분별한 난개발 로 서식지를 잃어버렸거나 쓸모없는 물건 처럼 유기되어 갈 곳이 없어서 그런 게 아 닌가? 결국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그래서 나는 동물들을 쫓지 않 고 그대로 내버려둔다. 다시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면, 나 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적합한 환경에 살 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동 물을 사랑하기에 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생명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내가 동물과 공존하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집 고양이든 길고양이든 주기적으로 밥을 준다는 것은, 동물을 길들인다는 것은, 그 행위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발생한다 는 걸 의미한다. 내가 외롭다고, 동물이 귀엽다고 혹은 불쌍하다고 가볍게 접근 할 일은 아니다. 물론 동물을 사랑하는 저마다의 방식 이 존재한다. 특히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 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그런 마음이 인간 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 인의 선의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 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크 게는 난개발, 공장식 축산부터 줄여야 하 고, 동물들을 쉽게 판매하거나 키우게 해 서도 안 된다. 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하 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사람과 동 물이 공존할 수 있는 적정 개체수 유지를 위해 중성화 수술 등도 지방자치단체에 서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역설적으로 절대적인 동물의 숫자는 줄 어들 수 있다. 동물과 공존을 위해 인간 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다면, 그 다음 은 자연이 알아서 할 것이다. 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 장편소설 러블로그 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에는 길고양이 가 많다. 주민과 길고 양이의 공존을 모색 하는 서귀포시 가파 도의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있다.│우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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