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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1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 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 장편소설 러블로그 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단상 ① 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 주변에는 풍 력 발전기가 스무 대 가량 설치되어 있다. 하얀색의 풍차 그 거대한 바람개비는 에 메랄드빛 바다와 어우러지며 이색적인 풍 경을 연출한다. 이 지역은 ‘바람의 고장’ 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바 람이 강하게 분다. 10분간 드라이한 머리 가 10초 만에 망가지곤 한다. 일이 잘 풀 리지 않고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 돈키 호테의 심정으로 이곳을 찾는다. 여느 날 과 다름없이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 다. 그런데 그 많은 발전기 중 유독 하나 만 돌아가지 않는다. 무슨 영문인지 주변 발전기는 모두 힘차게 움직이는데, 바람 도 세게 부는데, 하나의 발전기만 멈춰 있 다. 머릿속 생각이 혼잣말로 나온다. “쟤는 왜 안 돌아가지? 나인가?” ② 서귀포감귤박물관으로 향하는 길. 감귤류를 파는 과일 가게에 ‘신혼부부 할 인매장’이라고 크게 붙어 있다. 한숨이 새 어 나온다. 제주 신혼여행이 철 지난 이야 기처럼 보여서가 아니다. 한숨이 절로 나 온다. 안 그래도 달콤할 텐데 굳이 저렇게 할인까지 해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혼 자 사는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혼자 사 는 것도 서러운데 어디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③ 시장에 가면 잃어버린 삶의 의욕을 되찾을 수 있다. 무엇을 특별히 사지 않아 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주하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명절에 느끼는 풍성함과 북적거림, 시장은 일상의 명절 같은 것이 고 스스로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한다. 끝 자리가 4와 9인 날에 열리는 오일장. 한림 민속오일시장은 내가 수차례 다녀온 서귀 포올레시장이나 제주 동문시장보다 규모 가 작다. 하지만 한눈에 들어오는 시장 풍 경은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고, 실속 있고, 정돈된 느낌이다. 한 마디로 있을 건 다 있 다. 무엇보다 사람이 있다. 치열한 삶이 있 다. 입맛이 없을 때 매운 음식을 먹는 것 처럼 작은 희망을 맛본다. 그렇게 풀지 못 한 숙제에 다가선다. 삶과 인간에 대한 물 음을 던진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시장에 가면 꼭 떡볶이를 먹게 되는가. ④ 눈으로 마시는 파란색 칵테일. 세화 해변과 더불어 금능해변은 나의 바다다. 가장 자주 찾는 해수욕장이다. 끝이 없 는 바다를 보며 깨닫는다. 인생은 밀물과 썰물의 이치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고, 물 빠질 때 빠져 나와야 한다. 세속 적인 생각과 단순한 진리는 맞닿아 있다. 즐거움이 있으면 괴로움도 있고, 좋은 일 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얻는 것이 있 으면 잃은 것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간다. 금능해변의 석양은 아름답다. 자연 에 대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인생 이 덧없게, 사람이 작게 느껴진다. 지는 해를 보며 생각한다. 내일도 태양은 떠오른다. 꿈의 바람개비가 멈추지 않고 돌아 가기를 빌어본다. 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우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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