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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1 사람은 모두 다르다. 겉모습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은 사안을 놓고 전혀 다른 말 을 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제주로 이주 한 것을 두고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그 편한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왜 제주로 내려갔냐고 말한다. 그것도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시골 마을로. 누군가에게 나는 이성적인 판단이 결여된 이해 못할 사람 일 뿐이다. 반면에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 이른 퇴사와 제주 이주, 소설가로서 삶이 자신 의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 통 장 잔액을 보면 해당 발언을 즉시 철회하 겠지만 차치하고,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것 인지, 제주의 삶이 그만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 나 스스로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삶이 생각대로 흘러 갈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이 길의 끝 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말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다른 삶이 있을 뿐 이라는 것. 사람이 모두 다른 만큼, 다른 삶이 있을 뿐이라는 것. 타인의 삶을 침 해하지 않는 이상 틀린 삶은 없다. 제주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일단 개 인주의 성향인 내가 넉살이 좋아졌다. 예 전에는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지금은 이웃 할머니 집에 먼저 찾아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 고 옆집 아저씨에게는 먹거리들을 나눠드 린다. 제주 방언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마을 이장님과도 통역 없이 소통하며 자 문을 구한다. 근검절약은 차원이 달라졌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지 못하고 퇴사한 내가 생존 하려면 아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제 주의 겨울은 생각 외로 춥다. 바람이 심 하고 습도도 높다. 남쪽의 따스함을 만끽 하며 살 줄 알았는데 내 몸은 늘 냉랭한 상태다. 분명 제주인데 밤에는 강원도 전 방 지역보다 더 춥다. 보일러를 마음껏 가 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주의 가스비 는 가히 공포에 가깝다. 체감적으로 수도 권 도시가스보다 23배 비싸다. 얼어 죽 든지 맘 놓고 때서 죽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무엇보다 먹는 것이 달라졌다. 음식은 절대 남기지 않고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음식은 되도록 먹지 않는다. 또 흑돼지 구이와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하 던 내가 제주 돼지의 사육 실태와 악취 문제를 목도한 이후로는 돼지를 먹지 않 는다. 그것은 개인의 엄청난 변화다. 생명 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제주를 만들어 가 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제주에 온 이후로 시계를 잘 보지 않는 다. 날짜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것이 도 시에 있을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다. 내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은 어쩌면 그만큼 더 크게 변화하고 싶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는 또 어 떻게 달라질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 은 내 앞에 올바른 삶이나 틀린 삶이 아 닌 다른 삶이 있을 뿐이라는 것.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  우희덕 코미디 소설가 장편소설 러블로그 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벗어나 본 적 없는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삶이 있을 뿐 나의 계절은 언제일까? 겨 울에 열매를 맺게 될까? 집 뒤뜰귤나무│우희덕

탐 색